자영업자 ‘30조 빚 탕감’ 시작, 저축은행 수익 악화 현실화되나
정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4일 공식 출범
영업 어려워진 자영업자…5대 저축銀서 1년 사이 5.1조원 대출 받아
저축은행 업계는 “연체율 개선 중…수익 악화 없을 것”
30조원 규모로 소상공인의 채무와 이자 감면을 위해 시행된 새출발기금이 저축은행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중 저신용자면서 다중채무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채무조정 신청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5대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11.7조…1년 만에 79%↑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5조1656억원) 증가해 한 해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8.7%다. 이와 비교해도 저축은행 업계의 증가율이 크게 높은 모습이다.
저축은행 별로 보면 업계 1, 2위인 SBI저축은행과 오케이저축은행의 규모와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SBI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6월 기준으로 3조505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7.4% 급증했다. 5대 저축은행 중 가장 가파른 증가율이다.
오케이저축은행도 84.0% 확대된 3조422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 1조9543억원(75.6% 증가) ▶페퍼저축은행 1조8877억원(48.7% 증가) ▶웰컴저축은행 9320억원(79.75 증가) 등을 기록했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대 저축은행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페퍼저축은행의 6월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총 2조7227억원으로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69.3%를 기록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56.0%, SBI저축은행은 50.3%,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9.2%, 웰컴저축은행은 32.2% 등이다.
이와 관련해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신용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개인사업자 대출 중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금리 자체도 높지 않다”며 “새출발기금으로 인해 수익에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 다중채무 급증…업계는 “연체율 낮아져”
저축은행 업계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한 해 만에 크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자금사정이 나빠졌지만 신용도가 떨어져 시중은행에 가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된 ‘도매 및 소매업’ ‘운수 및 창고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5대 저축은행 대출은 6월 말 기준으로 6조5581억원을 기록해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의 56%에 달한 상황이다. 그만큼 향후 대출 연체가 저축은행에서 높아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금융권은 특히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도 높아 새출발기금 신청자 중 저축은행 고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4.7% 증가했다.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20.2% 늘어난 162조4311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율은 전체의 69%로 모든 금융업권 중 가장 높았다.
아울러 금리가 오를수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6%, 저신용 자영업자 연체율은 이보다 빠른 1.808%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시장의 우려와 반대로 저축은행에선 새출발기금이 업계 수익에 당장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 모습이다. 연체율 관리를 통해 정상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8%로 전년 말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6월 말보다는 1.2%포인트 개선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 업계 이익에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저축은행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새출발기금 신청 대상은 일부 차주에 한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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