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의 고장 충북 단양.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을 따라 흐른 물은 강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물길이 막힌 자리에는 자연스레 호수가 생기기 마련이죠.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충주호(청풍호)도 그중 하나입니다.  
 
충주호는 우리나라 호수 가운데 가장 큰 인공호수입니다. 단양과 제천, 충주까지 넓게 자락을 펼치고 있습니다. 원래는 남한강 물줄기인 장회탄(長淮灘)이라는 작은 천이 흘렀지만, 1985년 충주댐 건설 이후 잔잔한 호수로 변했습니다. 산군 중심부에 고인 호수인 만큼 주변에 빼어난 경승지도 잔뜩 매달고 있습니다. 이 충주호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산정에 올라 호수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충주호의 산정 중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제비봉(710m)은 충주호의 장쾌한 풍광을 눈에 담기 좋은 곳입니다. 이 봉우리는 월악산 자락이 일으켜 세운 봉우리인데, 제비봉을 충주호 쪽에서 보면 부챗살처럼 퍼진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펴 나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연비산’(燕飛山)이라고 부르며, ‘높고 크고 몹시 험하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악산 중의 악산입니다.  
 
산행은 장회리 장회나루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다시 원점 회귀하거나 반대편 얼음골로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입니다. 5㎞ 거리로 넉넉잡아 3∼4시간이면 족합니다. 다만 입산 시간 지정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들머리는 장화나루 앞 제비봉공원지킴관리소입니다. 여기서 제비봉까지는 약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산행길입니다. 등산객은 충주호를 등지고 내내 올라야 합니다. 산길 초입부터 된비알입니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 통나무계단에 올라서면 다시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며 가파른 산길이 이어집니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는 만만치 않습니다.  
 
허벅지는 뻐근하고 숨은 턱에 찰 즈음, 계단 끝자락이 보일 것입니다. 그 끝에서 잠깐 뒤돌아보면 시야가 터지며 충주호가 발아래로 굽어 보입니다. 장관입니다. 왼쪽으로는 구담봉이 우뚝하고 정면으로는 말목산, 가은산 등의 산자락이 굳센 자세로 서 있습니다. 장회나루를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 줄기도 참 유려합니다. 검푸른 물결은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제비와 닮았습니다.
 
충주호의 조망을 즐기는 산행이라면, 굳이 제비봉 정상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습니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만 오르면 첫 번째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충주호가 발아래로 굽어 보입니다. 전망대를 지나면 암봉의 칼날 같은 능선 구간에 다시 계단이 이어지는데, 그 끝이 최고의 조망 포인트입니다. 여기서 더 오른다 해도 이만한 풍경을 보여주는 자리는 더이상 없습니다. 이곳에서 맞는 세상은 딱 ‘한 편의 그림’입니다. 만지면 묻어날 듯한 파란 하늘, 그 아래 첩첩한 산들이 어우러져 티 없이 맑은 풍경입니다.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입니다.
 

충주호흘 가장 편하게 즐기는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입니다. 유람선을 타면 구담봉이나 옥순봉 등 기암절벽 사이로 하늘과 바람, 산과 물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습니다. 제천 청풍나루와 장회나루를 오가는 관광선(왕복 1시간 30분 소요), 장회나루를 출발해 되돌아오는 유람선을 타면 됩니다.
 
나루터 중 장회나루는 예나 지금이나 옥순봉과 구담봉 유람에 나서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나루터입니다. 불과 1시간이면 편안하게 코앞에서 진경산수화가 펼쳐진 듯한 풍광을 관람할 수 있어 편하게 충주호를 즐길 숭 있습니다.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상류 쪽인 단양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우측에는 물 찬 제비 형상의 제비봉, 좌측에는 말이 물을 마시기 위해 길게 목을 뺀 모양이라는 말목산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람한 산세가 가파르게 흘러내린 계곡마다 단풍이 절경이죠. 물가부터 곧추선 산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쌓인 기암괴석에는 신선봉, 강선대 등 이름이 붙었습니다.
 
상류에서 돌아선 배는 구담봉과 옥순봉을 지납니다. 구담봉의 이름은 ‘거북’과 관련이 있습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거북의 형상이라거나, 물속에 거북 무늬의 바위가 비쳐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있죠.  
 
바로 아래 옥순봉은 힘차게 솟아오른 바위 봉우립니다. 비가 온 뒤 마치 쑥쑥 자라는 죽순에 빗댄 이름이죠. 올곧음을 중시하는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멀리서 신비한 모습도 가까이서 보면 감동이 반감되기 마련인데, 유람선이 두 봉우리 바로 아래를 지날 때면 겹겹이 붙고, 층층이 쌓인 바위의 모습이 더욱 기묘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최근에는 옥순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생겼습니다. 옥순봉 아래로 이어지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일입니다. ‘옥순봉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출렁다리는 지난해 10월 개장한 신상입니다. 길이가 무려 222m에 달해 다리를 통과할 때면 후들거리는 발밑으로 짙푸른 청풍호의 물결도 함께 출렁거립니다.
 
사실 이 출렁다리만 가서는 옥순봉의 비경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발품을 팔아서 옥순봉과 금수산, 청풍화가 빚은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습니다.
 
옥순봉 전망대에 오르면 금수산과 청풍호가 어우러진 절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옥순봉 출렁다리를 지나 옥순봉까지 오를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길을 막았뒀습니다. 등산로가 지나는 땅의 주인과 제천시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옥순봉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천과 단양의 경계지점인 계란재로 가야 합니다. 계란재 주차장에서 옥순봉 정상까지는 약 2.3km로 1시간가량 걸립니다. 여기서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곧 옥순봉과 구담봉 삼거리입니다. 왼쪽이 옥순봉, 오른쪽이 구담으로 가는 길입니다.
 
삼거리를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입니다. 내리막이 끝나면 암반 위로 짧은 오르막이고 바로 옥순봉 정상 표석이 나타납니다. 구담봉과 둥지봉 사이 가파른 협곡에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푸른 물이 담겨 있습니다. 이따금씩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잔잔한 수면을 가르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정상에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이곳에 서면 발아래로 출렁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정면으로 옥순대교가 호수를 가로지르고, 그 너머로 푸른 물결이 끊없이 이어지는 장쾌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호수 오른편으로는 금수산 줄기가 웅장하게 펼쳐집니다. 퇴계와 단원이 이 봉우리에 올랐다 해도 보지 못했을 산과 물의 조화입니다.
 
◆ [단풍 구경 후 먹으면 더 맛있는 먹거리]

▶덩실분식
‘수능 때면 난리나는 분식집’이 충북 제천에 있습니다. 근데 이집 특이합니다. 간판에는 분식집인데, 분식집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는 ‘김밥’, ‘라면’, ‘떡볶이’가 없습니다. 대신 찹살떡과 도넛만 있죠. 제천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곳의 이름은 ‘덩실분식’입니다. 1965년 문을 열었으니, 업력만 60년 가까이 됐습니다. ‘덩실’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3대째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주인장은 “우리집 찹살떡과 도넛을 먹고 손님들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절로 추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었다”고 합니다. 덩실분식의 대표메뉴는 찹살떡입니다. 찹쌀떡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찹쌀과 팥소죠. 이곳에서는 100% 국내산 찹쌀을 사용합니다. 자세히 보면 팥소도 다른집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잇습니다.  
 
보통 찹쌀떡이 단맛이 특징인 것과 달리 덩실분식의 팥소는 단맛을 덜합니다. 여기에 고소한 맛과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찹살떡 팥소로 사용하는 빨간색이 나는 적두가 아닌 회색빛이 도는 거두를 사용해 팥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거두 팥은 쉽게 말하면 회색 팥인데, 적두보다 색이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빨간오뎅
날씨가 쌀쌀해지면 인기가 높아지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어묵입니다. 따끈한 어묵 하나에 국물 한 잔은 추운 기운쯤은 거뜬히 이겨내게 하죠. 어묵 하면 부산이지만, ‘빨간어묵’ 하면 충북 제천이 떠오릅니다. 사실 제천 시내에는 ‘빨간오뎅’이라는 이름을 단 가게가 여럿 있습니다.  
 
빨간어묵은 이름처럼 어묵을 빨갛게 양념한 음식. 빨간어묵이 제천에서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수십 년 전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뽐내더니 지금까지 제천의 대표 주전부리로 인기를 얻고 있을 정도입니다. 어떤 가게에서는 긴 가래떡을 젓가락에 꽂아 빨간어묵처럼 양념을 해서 내놓고, 또 어떤 가게에서는 양념 속에 떡볶이 떡이나 삶은 달걀을 넣어두기도 합니다.가게마다 요리법과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가게마다 양념 비법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양념이 매콤한 가게도 있고, 덜 매콤한 곳도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 가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튀김과 김밥을 곁들여 판매하며, 그 외 다른 먹을거리를 내놓는 곳들도 있습니다. 빨간어묵은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1개 먹다 보면 어느새 2개, 3개씩 먹게 된다. 가격이 착해서 여러 개 먹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 외 맛집
등갈비와 배추전이 계속 생각나는 ‘두꺼비식당’, 고소한 두부요리가 일품인 ‘시골두부’, 해장국으로 좋은 순대국이 맛있는 ‘장원순대국’, 먹을수록 더 건강해지는 듯한 약선음식 전문점인 ‘박달재’ 등도 추천할만한 식당들입니다.
 

단양·제천=강경록 이데일리 기자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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