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로 관심 집중된 SK, 책임경영으로 돌파할까
평소 소통‧신뢰‧네트워크 강조
SK C&C 화재로 촉발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마비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 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2022년 8월 '이천포럼 2022'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발언)
소통과 신뢰를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이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 이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국감 출석을 통해 ‘책임경영’을 다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를 직접 불러 화재 대응의 문제점과 피해자 보상 대책 등을 따져 묻겠다는 ‘책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17일 의결했다.
주목할 점은 플랫폼 서비스 일부 중단으로 혼란을 키운 카카오와 네이버 이외에도 ‘SK그룹’ 최태원 회장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당초 SK C&C 경영을 전담하는 박성하 대표 선에서 책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그룹을 총괄하는 최 회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해석이 힘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SK는 그룹 지주 부문인 SK주식회사 홀딩스와 사업 부문인 SK주식회사 C&C로 나뉘어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SK그룹을 총괄하는 지주사와는 별개로 SK C&C는 클라우드, 데이터 등 IT 종합 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SK C&C는 2019년 12월 ‘2020년 정기 인사’를 통해 회사를 이끌 인물로 박성하 대표이사를 별도 선임했다. 당시 회사 측은 SK가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홀딩스와 SK C&C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박 신임 대표가 새롭게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는 건 SK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SK C&C, 최태원 회장과의 연관성이 밀접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4년까지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를 최대주주인 SK C&C가 장악하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이 SK C&C 최대주주로 최 회장(32.9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SK C&C 지분 43.45%를 보유했던 것을 고려하면 최태원 회장(특수관계인)→ SK C&C→ SK→ SK계열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SK그룹을 운영했지만, 정작 자신이 보유한 SK 지분은 0.2%에 불과했다.
이후 SK그룹이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SK C&C가 SK를 합병했고 2015년 말 기준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율은 23.40%로 늘어났다. SK 안에서 SK 홀딩스는 지주부문을, SK C&C는 사업부문에서 분리된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 회장이 SK그룹 총수로서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SK C&C가 있었던 만큼 연관성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회장은 SK 대표이사이면서 SK의 최대주주로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7.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신뢰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키워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지난 7월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리더스클럽 1차 회의 인사말을 통해 “작은 발걸음이라도 기업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준다면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면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신뢰가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SK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이지만, 개별 회사보다는 ‘SK그룹’을 대표하는 만큼 이번 국감이 기업인을 망신주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국감을 보면 의원들이 기업인을 일방적으로 기다리게 하거나 윽박지르는 일이 많았다”며 “사고를 빌미로 주요 기업 총수를 망신주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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