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이 미래의 생존전략…시대변화에 따라 국가운영 시스템 재설계해야”
[인터뷰] 이근면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초대 인사혁신처장)
“공공부문 낙후...경직적 조직 운영과 낙후적인 성과평가체계 때문
일 잘하는 공무원 파격 보상, 퇴출제 도입해 경각심 주는 게 최선”
“모든 인사관리의 기본원칙은 ‘적재적소’ 아닌 ‘적소적재’
‘할 일’ 먼저 명확히 정의한 후 적합한 인재 선택해야”
민간 싱크탱크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이 최근 정책포럼을 열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개발, 인생 다목적 생태계 조성, 공공행정분야 거버넌스 혁신, 인재개발 구축 등 4가지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이다. 지난 23일 연구원의 설립 발기인이자 자문위원장인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을 만나 국가 인재 양성과 효율적 활용을 위한 방안, 인재경영에 관한 그의 인사철학 등을 들었다.
삼성SDS,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인사책임자를 거쳐 박근혜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한 그는 세계 3대 인명 사전의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된 국제 공인 인사전문가다. 인사처장 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을 드라마틱하게 성사시킨 주역으로 재임 20개월 동안 보수의 절반을 기부하고 출장중 항공편이나 KTX를 이용할때는 일반석을 고집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전형을 실천한 진정성 있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차 산업혁명, 미·중 갈등에 따른 신냉전 등 세계사적 전환기, 우리도 국가 운영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경제규모 재정규모는 예전의 몇배가 됐는데 국가 운영시스템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문제 아니겠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의 경쟁력을 다른 나라보다 몇배 만들어내는 길을 찾아야 되요. 우리나라에 자원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밖에 없어요. 국가 인재 경영이 필요한 거에요. 모든 정책적 초점을 이에 맞춰나가는 게 다음 시대를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사람이라는 자원을 환경변화에 맞춰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해요.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 정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가 인재경영을 위한 체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합니까.
경쟁력 있는 미래형 인재 육성은 디테일하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진화형 국가 조직체계,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이 좁은 나라에 무슨 226개나 되는 자치정부(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할까요. 사이즈는 작으면서 실은 하나의 소국가처럼 운영되고 있어요. 지금 전국이 하나의 앱으로 통용되는 시대에요. 시스템화돼 있고 정형화돼 있고 인공지능(AI)화 돼 있어요. 지방자치제도부터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지역과 거리 중심, 인프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해요. 최소 100만 명을 하나의 단위로 구성해야 생활자치도 경제자치도 실현될 수 있어요. 국회도 국가 아젠다는 상원, 지역과 민생은 하원 이런 식으로 이원화해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생각의 출발점을 바꿔야 합니다. 미래 합리적인 국가 운영 체계로의 전환, 국가 인재경영의 기본 전제입니다.
공직사회도 시대변화에 따라 변화해야겠군요.
개발시대 기업은 정부에서 배워 따라했어요. 이젠 더 이상 정부로부터 배운다고 안 하죠. 정부는 기업에서 배우면 안 되나요. 시대변화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공직사회 구축이 필요해요. 변방의 조그마한 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걸 봤어요. 삼성이 1등할 줄 누가 알았어요. 국가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G3’까지 가보자며 국가적 비전을 세우면 안되나요. 꿈 꿀때가 됐어요. 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 거에요. 잘되는 조직은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거에요. 1인 창업자도 세계 일류를 꿈꾸고 나아가는데 국가는 왜 못하나요. 우리가 못 이루면 다음 세대가 하면 되요. 민간기업은 망하면 없어지지만 국가는 계속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잖아요.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인사관리의 차이 때문이겠지요.
인사혁신처장 시절 가까이서 관찰한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지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비전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고 전문성도 점점 떨어져요. 인사운영체계에 원인이 있습니다. 경직적 조직 운영과 낙후적인 성과평가체계 때문이에요. 일 잘하는 공무원은 파격적으로 보상해주고 퇴출제를 도입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게 해야 공직사회가 활기를 띨 수 있어요. 최근 하위직을 중심으로 퇴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단순히 처우개선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일한 만큼 보상해주고 일 못한 사람은 재교육이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해요. 전체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 미래의 발전을 약속하는 일이 인사관리의 핵심이에요.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인사관리의 기본원칙이 있다면.
인사는 믿음이에요. 인사를 딱 발표하는 순간 당사자나 주변에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사람을 임명해서 일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되는 거에요. 주변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적재적소’가 아닌 ‘적소적재’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적재적소라는 건 좋은 재주는 아무데나 갖다 줘도 다 쓴다는 뜻이죠. 적합한 사람을 고른 다음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거에요. 반면 적소적재는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거에요. 전혀 뜻이 달라요.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이것저것 다 잘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에요.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적재는 적소가 아닙니다. 적소의 적재입니다. 인사에 앞서 ‘할 일’을 먼저 정한 후 그에 적합한 인재를 골라야 합니다.
국가운영의 대전환기, 리더십도 변해야겠지요.
사람과 환경을 융합시키는 역량이 리더십이에요. 그래서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해요. 이질적인 것 간의 공감. 특히 (요즘엔) 세대간의 공감이 중요합니다. 공감을 이끌어내 사람과 환경을 잘 융합시켜 목표를 이루는 게 리더십이죠. 지금 시대의 리더십은 미래, 통합, 공감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어요. 전략적 사고, 불확실성의 관리, 권한 위임, 통섭, 인간 존중 등의 덕목도 필요하지요. 대통령의 리더십도 다를 바 없어요. 국가의 미래, 국가의 통합, 국가 구성원 그리고 세계와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진정성과 솔선수범이 깔려야겠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십니까.
80점은 받을만합니다.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공인의식이 확실하잖아요. 준비 안된 대통령이란 점은 지적할 수 있지만 공인의식으로 메울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이 리더십의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어요. 국정은 연습하는 곳이 아니에요. 그만큼 심사숙고해야 된다는 거예요. 권유하자면 정략적인 부분은 참모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국가 대개조수준의 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리더는 국민에게 두들게 맞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하는 거에요. 지금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데 결국은 리더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을 제시해주면 더 좋겠지요.
박정희 대통령을 예로 들어보지요. 그가 남긴 건 꿈이에요. 그가 제시했던 (잘 살아보세라는) 꿈이 지금도 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향수로 남아 있어요.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할때 모두 가슴이 뛰었지만 과연 된다고 믿었나요. 삼성이 1등한다고 누가 믿었어요. 왜 그걸 잊어버려요.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가 된다고 누가 믿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꿈을 잃고 있어요. 다음 세대의 꿈은 누가 줄 건가요. 대통령이 할 일이에요.
☞ 이근면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
▶1952년 경기 파주 출생 ▶성균관대 화학공학 학사 ▶아주대 경영학 석사, 강원대·창원대 명예경영학 박사 ▶삼성SDS 교육본부장·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강원대·성균관대 초빙교수, 아주대 겸임교수 ▶마르퀴스 후즈 후 등재 ▶초대 인사혁신처장 ▶공직자윤리위원회 부위원장 ▶국회 미래인사포럼 자문위원장 ▶한국장학재단 경영고문 ▶일본 와세다대 초빙연구원 ▶(현)사람들연구소 소장,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 성균관대 특임교수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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