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만 남은 보험 비교·추천…소비자는 뒷전으로[이코노 EYE]
8월 규제 허용 후 석달간 서비스 개시 못한 상황
빅테크-보험업계 이견 커 향후 일정도 미지수
당국 '소비자 편의성' 취지 고려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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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자동차보험을 비교·추천에서 제외할 경우 자칫 빅테크사들이 서비스 참여 포기를 할 수도 있어 고민이 많은 눈치입니다. 또 그러면서 기존 보험업계의 목소리도 들어야 해 난감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당국이 이 규제를 풀어준 궁극적인 취지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보험가입 시 여러 선택권을 주겠다는 거였지만 취지와 달리 지금은 양 업계의 ‘밥그릇 싸움’만 남은 느낌입니다.
이견차로 답보…당국 취지 되살리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쉽게말해 금융소비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핀테크 업체들, 또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등에서 여러회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금융소비자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듣거나 혹은 온라인 상에서 상품 약관만을 보고 가입을 결정합니다. 여러 회사 간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죠. 보험 비교·추천은 바로 이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대형 포털에서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급 상품을 두고 업권 간 이견이 너무 큽니다. 금융당국은 종신, 변액, 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계약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상품은 비교·추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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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간 수수료 이견도 문제입니다. 플랫폼에서 비교·추천 후 소비자가 A회사 상품을 선택해 가입하면 보험사가 해당 플랫폼회사에 수수료로 얼마를 줘야 하냐는 것이죠. 빅테크사들은 구체적인 수수료 수치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과거 포털사들의 광고 배너 클릭당 수수료 비율이 약 10~11%로 책정된 만큼 이 정도 수준을 원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반면 보험업계는 현재 다이렉트(온라인) 채널 보험 판매의 경우 중간 사업비가 매우 적은 상태인데 포털에게 10%나 되는 수수료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업계 측은 업권간 간담회에서 수수료로 최대 2%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 측이 원하는 수수료간 차이가 매우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앞으로 양 측의 논의가 진행돼도 수수료 부문에서 쉽게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10월 말~11월 초 빅테크·핀테크와 보험업권 목소리를 들은 후 한달 동안 보험 비교·추천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빅테크사들이 참여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험업계 목소리를 듣다 자동차보험을 서비스에서 제외하면 일부 빅테크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수료 문제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당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이르면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업계 간 이견이 커 이제는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서비스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에게는 실망스런 소식입니다.
보험은 상품 특성상 금융상품 중 민원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60%는 보험이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탑재되는 상품이 많아지고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도 확충되면 민원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험 비교 및 가입에 애를 먹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보험 비교·추천은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금융당국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게 업계간 이견이 좁혀져 하루빨리 이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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