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찾아내는 ‘ADC’…대기업·바이오 벤처 개발 ‘맞손’
암세포만 표적 항암제 부작용 줄여…3세대 나와
ADC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 벤처에 이목 쏠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ADC를 활용해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뛰어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 등 바이오 벤처들은 독자적인 기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항암제를 ‘링커’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항암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암세포를 파괴하며 암세포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일부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단점이 있다. 항암제에 ADC 기술을 적용하면 암세포만 표적할 수 있어 정상세포가 죽어서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ADC 기술은 화이자의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이 200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을 받은 후 빠르게 발전해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됐다.
최근 항암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에도 2세대 ADC 기술이 활용됐다. 엔허투는 다이이찌 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암제로 유방암, 위암 등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지난 9월 국내에서 전이성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암 환자에게 처방됐다.
항암제는 정상세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장과 폐 등 여러 장기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ADC 기술은 빠르게 늘어나는 암 환자가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서울대 암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암 사망자는 2018년을 기준으로 956만명에 달한다. 국내 암 사망자는 2020년을 기준으로 8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길리어드의 ADC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유방암에 이어 방광암, 폐암 등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외 씨젠(Seagen)과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여러 바이오 벤처로부터 ADC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 중인 항암제에 적용하거나, 이들과 새로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제약사들이 바이오 벤처와 손을 잡고 ADC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관련해 최근 국내 ADC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업은 피노바이오다. 셀트리온이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영국의 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ADC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바 있다. 셀트리온과 피노바이오는 최근 셀트리온의 15개 항체에 피노바이오의 ADC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이 피노바이오에 넘긴 선급금은 10억원으로, 이후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로열티를 지급하게 된다. 피노바이오는 올해 6월 미국의 바이오 기업 콘쥬게이트바이오와도 ADC 기술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국내 ADC 치료제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기업이다. 국내외 여러 기업에 ADC 기술을 이전했고, 일부 기업과는 ADC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기술 수출한 ADC 계약 규모는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4조8000억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로부터 ADC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의 포순 제약은 미국 텍사스에서 6일부터 10일(현지시각)까지 열리는 샌안토니오 유방암 연례학술대회(SABCS)에서 HER2 ADC 치료제의 중국 임상 1a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앱티스, 펩트론 등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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