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은행, 디폴트옵션 시행에 16억원 들여 시스템 손질…‘300조’ 퇴직연금 시장 조준
디폴트옵션 적용 위한 전산 프로세스 고도화
고객 편의성 제고와 수익률 향상에 초점
기업은행이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업무프로세스 개발에 나선다. 3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디폴트옵션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업은행의 전산자회사 IBK시스템은 ‘기업은행 디폴트옵션 제도도입 퇴직연금 업무프로세스 개발(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5일부터 제안 참가접수를 시작했으며, 오는 16일 접수를 마감한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부터 업무프로세스 개발에 착수한다. 7개월간 진행되는 이 사업의 규모는 총 16억원이다.
이번 시스템 개발 구축 범위는 계정계의 디폴트옵션 도입 관련 신규거래·계약·매매·상품·자산·지급·내부통제·업무지원 등 퇴직연금 업무 전반이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입 앱 ‘아이원(i-ONE)뱅크’ 등 비대면채널의 디폴트옵션 도입 관련 신규거래·신규·계약·상품운용·지급(해지)·관리·조회 등의 업무프로세스도 손질한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수억원대의 돈을 들여 퇴직연금 업무프로세스 개발에 나서는 것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지난 7월 디폴트옵션 제도도입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면·비대면 신규 개발 및 기존 프로그램 변경 등 전산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해졌다. 현재 기업은행은 디폴트옵션 적용을 위한 전산 프로세스를 추가 개발중인 상황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때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사업자가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총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DC형과 개인형IRP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지난 7일부터 디폴트옵션 제도를 시행했다”면서 “다만 비대면채널 고도화 등 추가적으로 시스템 개발할 부분이 있어 입찰 공고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퇴직연금사업자로서 법적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DC·IRP 시장에서의 퇴직연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기업이 운용주체인 DB에서 가입자가 운용주체인 DC·IRP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선진국 사례 등을 살펴볼 때, 국내 퇴직연금 DC·IRP 시장도 중장기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이다. 전년보다 40조원 가량 늘면서 지속 성장 중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퇴직연금 시장 내 존재감 확보를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앞서 국민은행도 지난 5월부터 선제적으로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대응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효율적인 연금관리를 위해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새로 신설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디폴트 옵션 대비 세미나를 개최해 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와 가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등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특히 기업은행은 이번 전산 프로세스 개발을 통해 고객의 거래 편의성 확보와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과 금융소비자보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과거 11년 평균 2.65%다. 디폴트옵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미국이나 호주 퇴직연금이 7~8%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송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제도가 미국의 연금시장에 미친 영향은 우선 운용수익률의 개선”이라면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다수의 일반 근로자들이 자산관리의 서비스를 받는 ‘자산관리의 대중화’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23년 7월 이전까지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라며 “구축내용별 개발완료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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