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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도 유리천장 깼다”…‘매직’ 떠난 자리에 ‘여성 CEO’ 왔다

[수장 바꾸고 변화 꾀하는 ‘뷰티 빅2’①] 여성시대 열린 LG생건
K뷰티 업황 부진 속 LG생건 파격 인사…그룹 첫 여성 CEO 배출
럭셔리 화장품·음료 사업 등 성과…유통가 새 바람 불지 주목

 
 
 
LG생활건강 이정애 신임 사장. [사진 LG생활건강]
 
보수적이던 뷰티기업에서도 ‘유리 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여성 CEO(최고경영자)’ 시대가 태동하며 이른바 ‘여풍(女風) 시대’가 개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주요 4대 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첫 여성 전문경영인 CEO를 배출 시키며 여성 입김이 센 유통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LG 첫 공채 출신 여성 CEO…18년 이끈 차석용은 용퇴 

 
지난달 LG그룹에 첫 여성 전문경영인 사장이 탄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1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 음료(리프레시먼트)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선임했다. 지난 18년간 LG생활건강의 ‘매직 신화’를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및 음료사업부장을 역임해 LG생건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LG생건 신입사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이 신임 사장은 1963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2011년 1월 생활용품 사업부장, 2015년 12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음료 사업부장으로 재직해왔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LG생활건강 사옥 전경. [사진 LG생활건강]
 
LG생건이 여성 사장을 선임한 가장 큰 이유는 뷰티업계를 둘러싼 업황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최근 K뷰티를 둘러싼 업황은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업계는 중국 봉쇄 여파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LG생건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여파로 올해 3분기 연속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글로벌 물가 급등으로 원부자재 부담 확대, 금리인상 기조로 국내외 전반의 소비 위축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환경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했다. 이에 LG생건은 주요 고객층이 여성으로 간주되는 유통 부문에서 기존 경영 방식을 파격 적으로 바꿔 오로지 능력만을 위주로 인사를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의 일부 상품 가격을 이달 들어 평균 4.5% 인상했다. [연합뉴스]
 

업황 부진 속 ‘파격 인사’…여성 전문가 역할 인정받아 

 
이 사장은 이러한 과제를 헤쳐나가기 위한 인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그는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뚝심있게 헤쳐왔으며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생활용품시장 선두권 지위를 확고히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사장이 됐다는 후문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궁중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음료 사업에도 경험을 쌓았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야외 활동이 급감했지만, 온라인과 배달 음식 채널 확장으로 실적을 만회했다. 특히 ‘코카콜라’ ‘몬스터 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를 성장시켰다는 점은 공로로 인정받는다.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이 남긴 성과에는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역할이 작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향후 여성 전문경영인으로써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 중 여성 CEO는 1.7%(11명)에 불과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여성 CEO가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한 사례”라며 “뷰티업계가 나날이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CEO가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을 공략할만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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