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제자리걸음’ 한 루닛·뷰노…美 진출 반등 기회 될까
연내 흑자 전환 불투명…매출 늘어도 영업이익 ‘뚝’
시장 큰 북미 노려야…“성과는 빨라야 2년 뒤 나와”

국내 AI 의료기기 기업에 해외 진출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 AI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규제와 제도에 발이 묶여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선 ‘혁신의료기기’나 ‘선진입 의료기술’ 제도를 통해 AI 의료기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업화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들은 건강보험과 수가 적용 등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수가를 인정받은 AI 의료기기는 없으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중 일부만 비급여 형태로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국내 AI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임상 현장에서 얻은 실사용데이터(RWD)를 바탕으로 의료기기를 개선해야 하는데, AI 의료기기는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목표는 안전하고 좋은 약을 ‘빠르게’ 보급하는 것”이라며 “기술을 입증하는 데만 집중하면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만큼 정책 및 법제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AI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작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8년 2억 달러(약 2600억원)에서 연평균 58%씩 성장해 2025년엔 59억 달러(약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AI 헬스케어 시장은 절반 수준인 26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이 AI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곡선에 올라타기 위해선 북미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노력에도 뷰노는 올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이 회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159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2020년에도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2배 수준 많은 17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의 2~3배 수준의 비용을 채용 등 판매관리 및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입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회사는 상장 당시 올해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연말에 제품 구매가 이뤄지는 의료기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도 영업손실을 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루닛은 현재 매출의 9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 진출하면 루닛의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루닛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GE헬스케어와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면서도 “루닛의 소프트웨어를 이 기업들의 의료기기에 맞춰야 하는 작업이 필요해, 미국 시장에서 성과는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뷰노도 자사의 AI 의료기기가 FDA의 승인을 받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과 내후년을 목표로 AI 기반의 MRI 영상 분석 솔루션과 흉부 영상분석 솔루션의 FDA 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고려해 흑자 전환은 2~3년 뒤로 예상하고 있다. 뷰노 관계자는 “FDA는 의료기기 인증의 종류도 다양하고 인허가 절차의 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며 “현재 일부 제품에 대해 FDA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해외 사업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대만, 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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