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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격에 통으로”…지놈인사이트가 유전체 검사 시장에 푼 메기

[인터뷰]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 주영석·이정석 대표
“2%도 안보는 패널 검사, 전장유전체 검사로 전환할 것”
“기술 혜택을 의학 분야서 많은 이가 누리는 게 목표”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인 주영석 대표(오른쪽·화상 연결)와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각자 영역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뒤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신인섭 기자]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이하 지놈인사이트)가 유전체 검사 시장에 메기를 푼다.
 
개인의 모든 유전자 서열 정보를 말하는 전장유전체. 이를 분석하는 지놈인사이트 자체 WGS(whole genome sequencing)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암 진단 솔루션 ‘캔서비전(CancerVision)’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출시 일정은 2023년 4월, 출시 예정국은 한국·미국·홍콩 등이다. 기술력 입증은 이미 끝났고, 가격 경쟁력 역시 갖췄다.
 
막바지 개발 절차에 눈코 뜰 새 없다는 지놈인사이트의 공동창업자 주영석 대표(40)와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40)를 최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만났다. “이제 막 전장유전체 분석 시장이 움트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샌디에이고에 나와 있다”는 주 대표의 얘기는 화상 연결을 통해 들었다.
 
두 창업자는 인터뷰 내내 극명하게 다른 성향·성격을 나타냈다. 그러나 답변이 부족한 지점은 서로 채워주는 합을 물 흐르듯 보여줬다. 흔히 ‘척하면 척’으로 표현되는 관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학계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왔기 때문일까. 기술적 얘기는 물론 사업적 내용에서도 ‘확실한 부분만 확답을 하는’ 진중함은 비슷했다. 
 
자사 기술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특히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유전체 검사는 유전체의 2% 정도만 들여다보고 결과를 도출한다”고 지적하면서 “지놈인사이트의 기술을 사용하면 같은 가격에 유전체 전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가 오는 2023년 4월 한국·미국·홍콩 등에 전장유전체 분석 플랫폼 ‘캔서비전’을 출시한다. [자료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누적 투자금 350억원 돌파

주 대표와 이 대표가 지놈인사이트를 설립한 시점은 2020년 1월. 당시 회사 앞엔 ‘시작부터 남다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유전체의학·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각각 차세대 리더로 꼽힌 두 의사과학자의 의기투합은 시장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두 창업자가 지닌 전문성만으로도 경쟁력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놈인사이트는 이내 유전체 진단 분야 딥테크(Deep Tech·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특정 기술에 강점을 지닌 스타트업)로 부상했다. 이 같은 시장 평가는 투자 유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놈인사이트는 지난 4월 시장성 입증 후 사업 확장 단계에 추진되는 시리즈B를 통해 285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누적 투자 규모는 설립 3년도 안 돼 350억원을 돌파했다.
 
두 창업자는 현재 국내 최고 연구진이 모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의과학대학원 교수직을 겸직하고 있다. 주 대표는 “운이 좋았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카이스트 교수직에 도달하기까지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유전체 연구소인 ‘웰컴 트러스트 생어’에서 박사 후 과정을 진행하며 암유전체프로젝트(cancer genome project) 참가하는 등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200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인(한국인)의 전장 유전체를 해석한 논문을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올리면서 나이 마흔도 안돼 ‘한국 1세대 유전체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로도 네이처·사이언스 등 세계 정상급 학술지에 숱한 논문 게재하며 ▶임성기연구자상 젊은연구자상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문 ▶인간유전체기구(HUGO)의 첸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 대표 역시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면역학을 공부하며 받았다. 흔히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과잉 염증반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는 등 뚜렷한 학술적 성과도 이뤘다.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인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중 자사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전문가로서 입지를 쌓으며 ‘성공의 길’을 안정적으로 걷고 있던 두 사람은 왜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창업에 뛰어들었을까. 회사 설립 과정부터 물었다. 이 대표는 “주 대표를 믿었기 때문에”라고, 주 대표는 “이 대표 덕분”이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서로가 노력해온 시간을 지켜보며 옆에서 응원을 건네던 사이다. 이 대표는 “주변에선 영석이가 지닌 천재성을 주목하지만, 제가 본 영석이는 그보다 참을성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며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성을 지녀 함께 사업을 꾸려간다면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연구를 잘한다고 사업에 성공하는 건 아닌데 정석이는 뛰어난 의사로 활약하며 야수성을 키워왔고, 이 지점에 매료돼 사업 참여를 부탁했다”며 웃었다.
 
물론 창업이란 선택이 우정을 바탕으로만 진행된 건 아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두 사람은 창업 당시 3년 안에 유전자 검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기술의 특성상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곳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사업적 기회를 잡기 위해 사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특허 만료·기술 발전·공급 증가 등의 이유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3년 안에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실제로는 2년 6개월 만에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났고, 이 기간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기에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인 주영석 대표(오른쪽·화상 연결)와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전장유전체 분석 플랫폼이 가진 파급력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NGS 기반 패널 검사는 지난 2017년 건강보험 조건부 선별급여가 적용되며 시장에 안착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대 2% 수준의 유전자만 분석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개인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려면 100~200기가바이트(GB) 정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 의료 영역에서 이 같은 방대한 데이터양을 처리하며 치료를 병행하는 일엔 시간·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유전자 패널 검사는 그 대안으로 나온 기술로,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특정 부위만 골라 분석하는 식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이 대표는 암의 발생을 이같이 비유했다. “우리 몸이 움직이는 걸 책을 복사하는 일에 빗대면, 복사할 때마다 글자가 하나씩 틀리는 에러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이게 어느 임계점을 돌파하면 책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게 바로 암이다. 결국 암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정상적인 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하면 치료제 처방부터 더 적합한 임상 개발까지 다양한 영역이 열릴 수 있다.”
 
주 대표는 현재 NGS 기반 패널 유전자 검사는 ‘임시방편’이라고 했다. “유전체를 전부 분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점을 의학계 종사자 모두가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폐암 진행 과정 중에도 유전자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 때문에 특정 시기엔 대장암·유방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 더 효과가 좋기도 하다. 유전자를 일부만 보는 패널 검사에선 이 같은 답을 주지 않는다.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비교해야만 이런 접근이 가능하다.”
 
지놈인사이트 WGS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암 진단 솔루션 캔서비전 설명 이미지. [자료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지놈인사이트는 설립 후 전장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필요한 비용은 투자금을 통해 충당하며 ‘의료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플랫폼 개발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1만5000개의 전장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해석하고 있다”며 “특정 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동일한 유전자 패턴을 찾아내는 등의 과정을 거쳐 ‘캔서비전’을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놈인사이트가 준비 중인 WGS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 안팎이다. 패널 유전자 검사 결과 도출 기간과 비슷하다. 비용 역시 패널 유전자 검사와 동일하거나 조금 낮게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성모병원·아주대병원 등에서 플랫폼 성능 검증을 위한 연구 협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퀀싱 비용이 예상대로 낮아지고 있고, 확보한 정보기술(IT) 역량도 상당해 가능한 구조”라며 “제품이 출시되면 적어도 한국 법인은 자생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지놈인사이트는 전장유전체 데이터가 지닌 경쟁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임상 과정에서 치료제가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이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주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자사 기술력이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접근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이제 막 이뤄지는 추세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두 창업자가 올해 초 법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 대표는 “미국에서 전장유전체 분석 기술이 주목받고 난 뒤엔 이미 늦은 것이라 판단해 선제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승부를 볼 자신이 있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인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마친 후 밝게 웃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놈인사이트는 국내 시장에선 주요 5대 병원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에선 엠디앤더슨(MD Anderson)·캘리포니아 대학 병원(UC San Diego Health)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에서 활약한 서제희 파트너를 미국법인 공동대표로 영입하며 투자 유치·고객사 확보 등 현지 사업의 외연 확장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결국 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져서 가능해진 영역”이라며 “기술적 혜택을 의학 분야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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