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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과속스캔들…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오나

[시계제로 2023 한국경제 어디로]②
부정적 전망 99곳…긍정적 61곳뿐
등급상하향 배율 1.22배로 하락
코로나19 시기 유동성 호재 끝나...‘호신용’ 착시도 끝물
올해부터 고금리·경기침체 영향 본격화
신용도 강등 기업 속출할 듯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지영의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 신용등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향조정이 하향조정보다 훨씬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하향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작년 한해는 코로나19 시기에 두텁게 마련해 뒀던 재무 완충력 덕에 신용도를 유지했으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는 곳이 속출하는 가운데 실제 등급강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기업 재무구조는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상향기조 꺾였다…'부정적' 전망이 '긍정적'보다 1.6배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평가 대상 기업 기준(3사 중복 포함) 등급 전망 및 워치리스트가 지난해 말 ‘부정적·하향검토’인 곳은 99곳에 달했다. 이는 ‘긍정적·상향검토’ 61곳을 1.6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지난 2021년 연말 긍정적·상향 검토가 90건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등급전망은 신용평가사가 해당 기업의 등급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부정적’이면 실제 등급하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신용등급 상향기조는 확연히 꺾였다. 지난해 신용평가 3사(중복 포함)에서 등급과 전망, 워치리스트 상향은 149건, 하향은 122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향 대비 상향 건수를 의미하는 등급(전망) 상하향배율은 3사 단순 평균을 기준으로 작년 말 1.22배로 산출됐다. 지난 2021년 말 1.52배 대비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상하향배율은 1.66배로 상승기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꺾인 것이다. 

크레딧시장에서는 코로나19 시기에 풀린 정책자금과 저금리 효과로 누렸던 ‘신용도 착시’가 끝나간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악화와 자금조달 난항에 허덕였다. 신용등급은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실적과 재무상황을 기준으로 등급과 전망을 평가하기 때문에 보통 시장과 경기흐름에 후행하는데, 올해부터 본격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적둔화에 재무부담 고조

등급 하향기조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둔화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내놓은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78곳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삼성전자는 잠정실적으로 포함)은 189조549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202조9037억원) 대비 6.6% 줄어든 수치다. 실적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면서 3개월 전(207조6563억원), 1개월 전(195조2493억원)과 비교해서도 전망치가 각각 8.7%, 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실제로 내려갈 곳들이 속출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용등급이 상향 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유동성이 풀려있던 코로나19 시기에 재무적 기반을 다져뒀던 덕분”이라며 “올해부터 시장 침체가 반영되면서 지난해에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된 곳들 중에서는 실제 등급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고금리·저성장 파고는 높은데 체력은 바닥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도 점차 등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하는 금리인하 시점은 오는 2024년 이후다. 최소 내년까지는 현 수준의 고금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높은 조달금리와 악화된 시장 투자심리는 당분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현재 연준이 예상하는 금리인하 개시 시점은 2024년 이후”라며 “미국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낮아지거나, 아니면 예상 외로 경기침체가 심각하거나, 금융시장에 쇼크가 와야만 기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거의 모든 산업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깊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1.6%,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등으로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실적 악화에 더해 자금조달 난항이 지속되며 신용도가 추락하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에 크레딧 시장에 잠시 온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AAA급 초우량물을 제외하고는 그 이하로 자금조달 사정이 다 비슷하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무완충력이 낮은 곳들부터 신용도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PF 타격 업종에 강등 몰릴 듯

특히 선제적 강등이 이뤄질 것으로 우려되는 업종은 건설과 증권, 캐피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신평사 3사 모두 집중적으로 세 업종에 대해 부정적 아웃룩·하향검토를 쏟아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과중해 유동성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다. 해당 업종 중 올해부터 가중된 재무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현 한기평 연구원은 “경기 침체 국면, 금리 인상 기조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주택 구매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건설업 매출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분양 증가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재무부담 확대 추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신용평가사 3사 중 2곳 이상에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업종으로는 의류·자동차부품·석유화학·유통 등이 있다.

반면 자동차, 항공, 음식료, 철강은 등급전망이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음식료 산업은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행수요, 외식수요가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자동차, 철강은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주요 회사들은 기존 경쟁력과 보수적 투자에 힘입어 재무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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