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는 ‘이자폭탄’ 은행은 ‘최대실적’…올해도?[부채도사]
2021년 74.4조원 증가하던 가계대출…작년엔 2.6조 감소
대출 줄었어도 은행은 금리 하나로 '탄탄대로'
횡재세 도입 논란에 ‘대손충당금’ ‘사회공헌’ 확대가 바람직할 수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상 표현일 뿐,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연 2%와 연 6%는 분명 다릅니다. 대출로 집을 샀어도 그 대출로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싸우지 말라.” 월가의 유명한 말이다. 세상은 금리로 움직인다. 중앙은행은 그 금리로 경기침체를 만들기도, 해결하기도 한다. 시장이 경제 위기를 운운하며 금리 방향을 진단한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중앙은행이다. 정상적인 물가를 위해 연준은 언제든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고, 그것은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시대엔 역시 중앙은행 위상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 한 곳이 있다. 은행이다. 중앙은행의 힘이 시장에 미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은행은 그야말로 쉽게 호실적을 낼 수 있다. 금리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 예가 지난 3년간의 가계대출 통계에서 잘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2020년 100조6000억원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2021년에도 71조8000억원으로 역시 크게 증가했다. 그런 가계대출이 지난해에는 2조6000억원 감소했다.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영향에 서민들이 대출을 늘릴 수 없게 됐고, 아울러 대출 상환까지 이어진 결과다.
은행들은 대출이 줄어드는 중에도 최대 실적을 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2조9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가계대출 중 주택자금대출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다른 은행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대출 금리가 뛴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5.60%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2월 2.79% ▶2021년 12월 3.63% 등을 기록했다.
아울러 폭증한 국내은행의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초장기 모기지가 대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이 늘지 않아도 은행이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는 바탕에 부동산 대출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1058조1000억원 중 주담대는 798조8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5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에 서민들이 부채를 끌어다 쓰는 동안 은행들은 대출 자산을 확대할 수 있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뒤늦게 나오면서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최대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부채와 금리가 만들어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은행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설 조짐도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주택은 지난해 말 19에서 올해 1분기 28로 높아졌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설 예정에다, 대출 심사를 이전보다 덜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의 실적은 은행의 탐욕에 의한 횡재라고 보긴 좀 어렵다. 부동산 정책 실패, 규제 미비, ‘내집마련’을 위한 서민의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중앙은행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면, 금융 시스템을 건들려는 시도는 불발탄에 그칠 수 있다.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높다.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확대, 은행의 사회공헌 동참 유도가 예상치 못한 미래에 대응하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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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싸우지 말라.” 월가의 유명한 말이다. 세상은 금리로 움직인다. 중앙은행은 그 금리로 경기침체를 만들기도, 해결하기도 한다. 시장이 경제 위기를 운운하며 금리 방향을 진단한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중앙은행이다. 정상적인 물가를 위해 연준은 언제든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고, 그것은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시대엔 역시 중앙은행 위상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 한 곳이 있다. 은행이다. 중앙은행의 힘이 시장에 미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은행은 그야말로 쉽게 호실적을 낼 수 있다. 금리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 예가 지난 3년간의 가계대출 통계에서 잘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2020년 100조6000억원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2021년에도 71조8000억원으로 역시 크게 증가했다. 그런 가계대출이 지난해에는 2조6000억원 감소했다.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영향에 서민들이 대출을 늘릴 수 없게 됐고, 아울러 대출 상환까지 이어진 결과다.
은행들은 대출이 줄어드는 중에도 최대 실적을 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2조9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가계대출 중 주택자금대출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다른 은행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대출 금리가 뛴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5.60%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2월 2.79% ▶2021년 12월 3.63% 등을 기록했다.
아울러 폭증한 국내은행의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초장기 모기지가 대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이 늘지 않아도 은행이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는 바탕에 부동산 대출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1058조1000억원 중 주담대는 798조8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5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에 서민들이 부채를 끌어다 쓰는 동안 은행들은 대출 자산을 확대할 수 있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뒤늦게 나오면서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최대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부채와 금리가 만들어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은행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설 조짐도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주택은 지난해 말 19에서 올해 1분기 28로 높아졌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설 예정에다, 대출 심사를 이전보다 덜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은행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의 실적은 은행의 탐욕에 의한 횡재라고 보긴 좀 어렵다. 부동산 정책 실패, 규제 미비, ‘내집마련’을 위한 서민의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중앙은행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면, 금융 시스템을 건들려는 시도는 불발탄에 그칠 수 있다.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높다.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확대, 은행의 사회공헌 동참 유도가 예상치 못한 미래에 대응하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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