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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코스피, 박스권 장세 예상 [이종우 증시 맥짚기]

경제성장률‧무역적자 등 거시 지표 불안 여전
‘6조 순매수’ 외국인 매수세도 둔화 우려
은행‧성장주 상승 여력 있어…투자 매력 부각

코스피가 25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박스권을 돌파하더라도 얼마 오르지 못하고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합뉴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주식시장이 기로에 섰다. 코스피가 2500을 뚫고 올라가 박스권에서 벗어날지, 아니면 다시 박스권내 하단을 향해 내려갈지 조만간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박스권 이탈을 전망한다면 그 사람에게 지금은 더없이 좋은 매수기회다. 기술적 분석에서 주가가 오랜 시간 만들어진 저항선을 돌파할 경우 저항선이 지지선이 되고, 이후 주가 상승이 빨라진다고 얘기하는데 지금이 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코스피 2500은 8개월동안 주가 상승을 가로막았던 저항선이다. 이번에 박스권을 벗어나면 앞으로 주식시장은 2500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는 사람에게 지금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부딪친 후 다시 하단을 향해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최소 150~2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흐름에서도 투자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작년 8월과 11월 반등 때에는 주가가 고점에 도달한 후 곧바로 하락했다. 반면 지금은 1월말에 코스피가 현수준에 도달한 후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도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악화일로 걷는 거시 경제 지표

향후 주가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과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미국의 반도체 주가 상승을 꼽을 수 있다. 미국 반도체주가 상승이 우리나라 관련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그 힘이 시장을 움직이면서다. 이런 사실은 외국인 매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년 4분기 이후 외국인이 우리주식을 14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올해 1월에는 그 강도가 더 세져 한달 동안 6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다. 해당 순매수 중 30% 이상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몰렸다. 미국 반도체 주가의 상승이 외국인 매수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의 상당부분은 거시 경제 변수로 구성돼 있다. 

작년 4분기에 우리 경제가 전분기 대비 -0.4% 성장했다. 유럽이 0.1% 성장했고, 똑같은 방식으로 환산할 경우 미국이 0.7% 넘게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경제가 유독 약해서인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0.3%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올린 것과 비교된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월 무역수지 적자가 127억달러를 기록했다. 11개월째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 동안 가장 많은 흑자를 안겨줬던 대중국 무역 역시 40억달러 가까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불황도 심각하다. 작년 4분기에 SK하이닉스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역시 2700억원 밖에 이익을 올리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지금 반도체업종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회복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이는 기대일 뿐 아직 현실화된 게 아니다. 그 사이 주가는 바닥에서 30% 가까이 상승했다. 

코스피, 박스권 가능성이 더 우세

1월 하순 이후 금리가 오르고 있다. 한때 3.1%까지 내려갔던 우리나라 3년물 국채수익률이 지금은 3.4%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도 3.2%에서 3.7%를 넘었다. 그 사이 주가가 상승했다. 반등의 힘이 강해 주식시장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한 것이다. 이 사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다시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지 못하고 다시 하락하면 오랜 시간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언급과 최근 시장금리 상승이 첫 번째 하락 빌미가 될 것이다. 

상승과 하락요인의 경중을 저울에 달 듯 판단할 수는 없다. 한두 개 상승요인이 수백 개 하락 요인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인을 놓고 판단하면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기 보다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외국인 매수가 마냥 계속될 수 없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수급의 영향이 약해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 경기상황이 나아질 거란 기대만으로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없다. 빠른 시간 내에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데,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세 상승이 아닌 이상 주가가 높아질수록 반대로 누르는 힘도 강해진다. 이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박스권을 돌파하더라도 얼마 오르지 못하고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은행주와 성장주에 관심을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둘이다. 하나는 확실하게 트랜드를 타고 있는 종목, 또 하나는 가격이 싼 종목이다. 

주가가 오르는 대세 상승 국면에는 굳이 두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고점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에 상관없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종목을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지금처럼 주가가 일정 폭 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종목은 상승 기회를 얻을 수 없고, 중심에 있다 해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가격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고민해야 할 종목이 반도체다. 업종 경기 회복과 외국인 순매수 덕분에 시장의 모든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주가가 고점을 뚫지 못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1월보다 늘어날 수 없고, 반도체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없는 상태여서 고민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것 말고 상황이 달라질 방법이 없다. 

은행주는 시각 교정에 성공한 주식이다. 작년에 5대은행이 40조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난 결과인데, 올해도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2%에 육박할 걸로 전망된다. 작년 금리 인상 영향이 반영한 결과로 당분간 높은 순이자마진이 지켜질 것이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주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장주는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많이 받는 주식들이다. 성장기업은 현재 많은 돈을 벌기보다 앞으로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작년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연초부터 로봇관련주, AI관련주, 우주항공관련주 등이 새롭게 상승에 동참하고 있는 걸 보면 금리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대신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별 종목별로 강한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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