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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수 ‘끝’…게임·IT 기업 ‘인력 감축’ 칼바람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에 불어난 몸집
엔데믹 전환에 경기 불황…비용 통제 시작

 카카오 판교 오피스 내부 전경. [사진 카카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게임·정보기술(IT) 기업의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비용 통제를 시작한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IT 기업 대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산한 비대면 문화 ‘특수’로 그간 빠르게 사업을 키웠다. 개발자를 대거 영입하며 증가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에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세계 경기 위축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인 비용 통제에 들어선 모습이다.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에서도 이 같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모셔는 왔는데…스스로 높인 개발자 몸값에 ‘고민’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크래프톤·데브시스터즈·엔픽셀 등 크고 작은 게임사는 물론 카카오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에서도 인력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구직난’을 겪었던 상황과 사뭇 대조된다.

이들 기업은 당시 높아진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개발자 인력 수급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개발자 연봉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을 비롯해 컴투스·펄어비스·조이시티 등이 연봉을 800만~1000만원 일괄적으로 올렸다. 크래프톤의 경우 연봉을 2000만원까지 상승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다. 비대면 특수로 늘어난 개발자 인건비가 엔데믹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들 기업에 ‘부담’으로 다가왔고, 현재 구조조정 칼바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인력 효율화는 게임사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카카오는 최근 진행하던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 일부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탈락을 통보한 바 있다. 채용 취소 대상자 중에선 서류·코딩 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앞둔 지원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불확실한 대외 환경 변화 때문에 일부 직군 채용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운영 조직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회사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현재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오는 3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또 성과급 역시 줄였다. 사내독립기업(CIC) 및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임직원 성과급이 전년 대비 20% 정도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카카오 모두 지난해 인건비가 상승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인건비는 1조6871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네이버가 지난해 인건비로 지출한 금액은 1조7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국내서 IT업계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앞서 빅테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최근 ▲아마존 1만8000명 ▲구글 모회사 알파벳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만명 ▲세일즈포스 7000명 ▲델 7000명 등이 직원을 해고했거나 해고를 예정하고 있다.

구글 노동자들로 구성된 ‘알파벳노조’(AWU) 조합원들이 미국 뉴욕 소재 구글 사무실 밖에서 알파벳의 대규모 정리해고 발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알파벳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유로 들며 전세계적으로 직원 약 1만2000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 뉴욕 AFP=연합뉴스]

구조조정에 잡음도 늘어…“상처 없어야”

게임·IT 기업의 몸집 줄이기가 본격화되자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카카오는 향후 채용이 재개하면 일괄 탈락을 통보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그러나 면접을 앞둔 이들까지 일괄적으로 탈락을 통보해 공분을 샀다.

네이버의 경우 경영진이 성과급 축소 배경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며 ‘해외 빅테크와 생산성 지표’를 직접 비교한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논란이 확산되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장문을 발송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컴피니언데이가) 생방송이라는 경직된 환경과 매번 준비된 대본 없이 장표들을 바로 설명드리는 포맷에서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한 메시지가 많았다”라며 “팀 네이버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것을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유명세를 탄 데브시스터즈도 구설에 올랐다. 회사가 지식재산권(IP)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서 담당 직원 약 40명에게 당일에 해고를 통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회사는 “해고는 없고, 의사소통에 오해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담당 직원들에게 일괄 유급휴가 조처를 내리는 등 ‘권고사직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이 같은 논란은 쿠키런 IP를 활용한 팬 페이지 서비스 ‘마이쿠키런’의 철수로 인해 불거졌다. 지난해 4월 출시한 마이쿠키런은 웹툰과 굿즈 등을 판매하는 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사업이다. 회사는 실적과 서비스 방향성 등을 고려, 자회사 마이쿠키런이 담당하던 서비스를 철수하고 직원 조정을 결정했다. 마이쿠키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 161만원, 영업손실은 24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하면서 약 70명의 직원을 전환 배치했다. 회사 안팎에서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매출 증가 압박이 위에서부터 내려오고,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 다른 부서로 전출되는 상황도 이어져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회사가 어렵다곤 하지만 개발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정 절차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쿠키런: 킹덤 디즈니 콜라보 이미지. [사진 데브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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