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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빅3’ 신세계·쿠팡·롯데?…김범석 매직 통했다

[新‘신‧쿠‧롯’ 시대]① 쿠팡발 유통시장 재편
2분기 연속 흑자 행렬…유통 대기업과 나란히
‘독보적 물류센터·유료 멤버십 회원 수’ 경쟁력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 2018년-1조970억원, 2019년-7205억원, 2020년-5504억원, 2021년-1조1208억원. 수천억원에서 1조원을 넘는 이 수치는 쿠팡이 기록한 영업손실 추이다. 창사 이후 매해 적자를 내며, 업계는 지난해 역시도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표는 앞선 적자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지난해 역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1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을 92% 줄였다. 지난해 3, 4분기는 연속으로 분기 흑자를 내며 ‘만년 적자’라는 딱지도 뗐다. 확 달라진 쿠팡의 성적표에 유통업계는 들썩이고 쿠팡은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유통 강자와도 대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범석(쿠팡Inc 의장) 매직이 통했다.” 만년 적자를 거듭하던 쿠팡이 2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3월 1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7조2404억원(53억2677만 달러), 영업이익은 1133억원(83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종 4분기 매출 규모까지 더하면 쿠팡의 지난해 총매출은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최대 연매출 외에도 또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2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업계는 ‘반짝’ 흑자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4분기에도 보란 듯이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수익 지속성을 입증해 보였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으로 3분기 대비 소폭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 쿠팡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투자금이 끊기면 망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번  2분기 연속 흑자 발표는 이 같은 의문을 깼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쿠팡 실적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이 적자폭을 키워가는 흐름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영업손실 1112억원으로 전년 1071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롯데온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1560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적자 규모를 나타냈다. 

11번가는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11번가 지난해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전년 694억원 보다 두 배 넘게 확대됐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은 2021년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이커머스 속 홀로 웃는 ‘쿠팡’  

쿠팡 대구 FC(물류센터) 전경. [사진 쿠팡]
적자에 허덕이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나홀로 웃은 배경에는 독보적 규모의 물류센터가 꼽힌다. 쿠팡은 2014년부터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해, 현재는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SSG닷컴은 수도권 3개의 자동화 물류센터와 전국 이마트 점포 내 100여개 PP센터를, 롯데쇼핑은 1개의 이커머스 물류센터는 운영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물류센터를 설립할 때마다 수 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며 적자를 기록해야 했지만, 이제는 전국구로 대규모 물류센터를 갖춰 매출액에서 빠져나가는 투자금을 줄이고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 또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구에 달하는 로켓배송서비스를 펼치면서 멤버십 소비자 유입도 키우고 있다.

실제 쿠팡의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는 2021년도 90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10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즉 규모의 경제를 적용해 과거에는 ‘계획된 적자’였다면 이제는 ‘계획된 흑자’를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쿠팡의 목표는 온라인 유통 일인자가 아닌, 통틀어 유통 강자가 될 것을 꿈꾼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번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시장은 여전히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향후 수년간 쿠팡이 유통시장에서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는 목표를 말했다.   

온라인을 넘어 온·오프라인 채널과도 승부수 

쿠팡의 배송 차량 모습. [사진 쿠팡]
온라인 채널로 시작했지만, 매출 성장세를 확대해 오프라인 유통 소비자까지 모두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쿠팡의 활성소비자(제품을 한 번이라고 산 소비자)와 1인당 소비자 매출은 작지만,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활성소비자 수는 181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고, 1인당 소비자 매출은 4% 증가한 40만원(294달러)을 기록했다.

온라인 채널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는 전통 유통 대기업 매출액과 비교해도 쿠팡 규모는 밀리지 않는다. 먼저 SSG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매출 통틀어 지난해 30조460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인데, 바로 다음 2위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6조5917억원을 기록하며 신세계 뒤를 바짝 쫓고 있다. 3위는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으로, 지난해 매출 15조7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 2019년 매출 7조원대에서 2020년 13조9000억원대, 2021년 20조3600억원대, 지난해 26조5900억원대로 매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30조원대 매출은 올해 바로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물류센터 기반을 다지며 최적의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마련한 쿠팡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 덕을 제대로 봤다”며 “하지만 쿠팡은 멤버십 서비스로 소비자를 락인해놔, 코로나19 종식 이까지 소비자를 뺏기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지속해서 유통업계 판을 크게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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