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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몽니’로 못 쓰던 ‘증권사 월급통장’ 나온다 [허지은의 주스통]

금융당국,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논의
2007년 은행 반대로 무산…독점 깨질 전망
시스템 구축 시일 소요…대형사 과점 우려도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기업은 증권사 계좌로 급여를 이체할 수 있게 된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증권사들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법인대상 지급결제가 조만간 허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기업은 증권사 계좌로 급여를 이체할 수 있고,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고객사에 대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은행 계좌에만 허용되던 독점 권한을 허물어 은행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취지인데요. 시행을 앞둔 증권업계에선 기대 반, 걱정 반인 모습입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의 법인결제 업무 허용 여부를 논의 중에 있습니다. 금융결제원 규약을 개정해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한다는 건데요. 금융당국은 향후 TF와 실무작업반을 운영해 오는 6월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개인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자금을 송금·이체할 수 있지만 법인은 불가능합니다. 개인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월급통장을 만들 수 있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월급 통장을 증권사에 일괄 개설할 수 없습니다. 은행을 거치지 않으면 제품 판매 대금, 협력사 결제, 공과금 납부 등도 할 수 없고, 기업이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체할 때마다 은행에 지급결제 대행 수수료를 내야 했습니다. 

사실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는 지난 2006년 논의를 시작해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이미 통과된 사안입니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자본시장법에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반발로 국회는 개인에 한해서만 증권사의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하기로 하고, 법인에 대한 지급결제는 금융결제원 규약을 통해 금지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당시 자본시장법을 제정하면서 증권사들은 법인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금융결제원에 4000억원 규모의 지급 결제망 진입비용을 냈지만 아직까지 해당 분담금을 돌려받지도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취임한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법인지급결제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적하며 증권업계의 허용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불발된 바 있습니다. 

16년째 표류하던 증권사 법인지급결제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건 공교롭게도 은행 덕분(?)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은행권 뿐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빅테크 등에도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허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은행이 독점하던 사업 영역을 다른 금융권에도 허용해 은행들이 경쟁 속에서 성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겁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달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국내 1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은행의 경쟁 촉진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제고를 위해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법인 지급결제는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도 다 하고 있다. 자본금, 네트워크도 갖춘 증권사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기업금융(IB)에 강점을 가진 대형 증권사 중심의 수혜가 기대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공개(IPO) 등 증권 계좌를 통한 자금 조달 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법인지급 결제망 확대를 통해 기존에 확보한 법인 고객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어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IB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혜를 입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 영역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필요성이 언급되던 분야”라며 “시스템 구축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업무 허용 후 시장을 선점하는 곳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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