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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욱 서울대 교수 “미래 의학 위해 의료 소비자 권리 높여야”

환자가 직접 의료 정보 살피고 관리
소비자 권리 높여야 정보 중심 바뀌어

강건욱 서울대 교수(의과학과)가 9일 오후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1차 포럼에서 ‘의료 마이데이터와 소비자 참여 맞춤 헬스케어’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소비자가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예방 중심의 미래 의학이 가능하다.”

강건욱 서울대 교수(의과학과)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1차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의료 정보의 중심이 병원에서 환자로 이동해야 예방 의학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보건의료 분야는 세계적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 맞춤형 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졌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정부의 재정 부담도 함께 올랐다.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강 교수는 이날 ‘의료 마이데이터와 소비자 참여 맞춤 헬스케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료 정보가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이런 예방 의학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법상 소비자는 자신의 의료 정보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병원에 의료 정보를 요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병원은 환자가 의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다운로드는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기존에 운영해온 ‘마이차트’ 서비스도 열람과 다운로드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정부의 ‘마이헬스웨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의료 소비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를 활용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로도 불리는 마이헬스웨이 사업은 병·의원 등 의료 기관에 흩어진 의료 정보를 표준화해 의료 소비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정 의료 정보를 환자가 열람하거나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마이헬스웨이를 시범 개통했다.

해외에는 의료 소비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미국의 ‘블루버튼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미국은 10년 전부터 환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를 하나의 전자 파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블루버튼 이니셔티브)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했다”며 “사업 초기 정부 관련 병원들이 함께 했고, 이후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 기관의 참여를 확대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도 정부가 관리, 민간 기관이 활성화하는 사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처럼 마이헬스웨이도 사업의 상당 부분을 민간 기관에 이양하고, 정부는 관리를 맡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병·의원을 포함한 민간 기관이 환자의 의료 정보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다른 서비스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교수는 “사실상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 공급자들이 환자가 의료 정보를 살피고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이 모두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려면 의료 소비자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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