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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토서 보험료 비교 시대 '활짝'...'제 2의 배민'?

[보험 플랫폼 시장 열린다] ① 규제 완화로 대형 포털서도 보험 비교·추천 가능
중간사업자 개입, 오히려 '소비자 부담 상승' 우려도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면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 접근성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내 보험영업은 보험설계사 혹은 텔레마케터(TM), 은행 상담원(방카슈랑스)이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보험을 먼저 ‘찾는 사람’이 적다보니 찾도록 만들어야 하는 ‘푸쉬(PUSH)영업’이 주를 이룬다. 실제 보험사 수입보험료에서 대면, TM,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이른다. 디지털온라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보험업계에서는 CM(온라인)채널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중개업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추천받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허용했다. 수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이 운영하는 대형 포털사이트와 플랫폼 내에서도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향후 플랫폼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어떤식으로 활용할지, 설계사 중심의 현 보험영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복잡했던 보험 비교, 이제 ‘쉽고 간편하게’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23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심의했다. 

이 발표에서 업계가 주목한 것은 보험업이다. 은행, 송금, 증권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종합금융플랫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빅테크 입장에서 보험은 사실상 ‘마지막 퍼즐조각’이다. 보수적인 보험산업의 특성상 빅테크는 늘 규제의 벽에 막혀 사업 진전을 이뤄내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번 규제 허용으로 보험소비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핀테크 업체들, 또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등에서 여러 회사 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자료 금융위원회]

단, 업권간 이견으로 비교·추천 서비스는 아직 최종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는 기본적으로 종신, 변액, 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상품은 비교·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이 영역에서는 아직 설계사 등 전문가들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신 담보구성이 표준화돼있고 온라인 판매비중이 높은 실손, 저축, 여행자, 펫보험 등을 서비스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업계 반대로 금융당국이 대상 상품으로 고심 중이지만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올 상반기 내에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소비자의 ‘보험 접근성’이 눈에 띄게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 점유율 1위 업체인 네이버 검색창에 ‘자동차 보험료 비교’를 검색하면 ▲각 손해보험사별 다이렉트 가입사이트 ▲보험대리점 보험료 비교사이트 ▲보험료 비교를 설명한 블로그 및 카페 ▲정부와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수퍼마켓 ‘보험다모아’ 사이트 등이 순서대로 표시된다.

각 사별 다이렉트 사이트에서는 해당 회사의 보험료만 볼 수 있다. 보험대리점이 운영하는 보험료 비교 사이트는 사실상 자기들에게 유리한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편이다. 블로그 글도 대부분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의 광고글이라 유용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보험다모아는 여러 회사상품의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로 공신력을 갖춘 것이 장점이지만 정보 제공은 다소 한정적이다.
(위에서부터)네이버, 카카오, 토스.[사진 각 사]

보험료 인상 우려도...업계 힘씨름 ‘여전’

하지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면 대형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서 각 사별 보험료를 손쉽게 비교하고 추천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 찾기 과정으로 온라인 가입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다소 껄끄러운 측면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보험 접근성 측면에서만 보면 플랫폼업체가 비교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관련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플랫폼 앱이 생기며 음식값, 배달료 등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졌듯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으로 빅테크, 핀테크에 지급하는 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는 수수료 기준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업계는 계약 체결건당 10% 이하, 보험업계는 2%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향후 빅테크가 시장에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시대 흐름상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을 막을 수 없다면 보험사에 유리한 조건이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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