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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산업, 디지털 전환으로 ‘제2의 반도체’될까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는]①
디지털 전환이 중심…신약 개발·제도 지원도
큰 그림 그렸지만…지속성·실효성은 ‘물음표’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윤석열 정부의 바이오헬스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바이오헬스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큰 그림을 공개하면서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정부에서도 바이오헬스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대다수가 공수표가 됐다. 이번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도 업계가 차분한 이유다.

디지털 기반으로 의료·돌봄 서비스 전환

조규홍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은 2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키우기 위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에는 빅데이터 등을 구축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의료와 돌봄 생태계를 혁신하겠다는 과제가 우선적으로 담겼다. 전략을 관통하는 주제도 ‘디지털 전환’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이번 전략에 담겼다. 정부는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만들고 의료기기 수출을 늘려 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첨단 융복합 기술 연구개발 강화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일할 전문인력 양성 및 창업 지원 강화, 법·제도 인프라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포함돼 있다.

새로운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방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산업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지원하겠다”며 바이오헬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의료·건강·돌봄 서비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지원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데이터 활용을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비해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헬스케어법의 빠른 처리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금 지원과 인프라 조성 등 신약 개발 기업의 연구에 필요한 여러 과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조성해온 ‘K-바이오백신’ 펀드를 토대로 추가 펀드를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벤처와 청년들이 도전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할 생각”이라며 기업과 대학 등이 연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보스턴 클러스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지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반도체와 같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산업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정한 것이다. 새로운 전략에 바이오헬스 수출 활성화가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전월 대비 각각 40% 이상 하락했다. 유망 산업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공격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지속성·실효성은 ‘물음표’

문제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반도체 산업처럼 성장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단 점이다. 이번 전략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성화와 신약 개발 지원, 제도와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가 담긴 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일부에서는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큰 그림이 나왔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이나 실행방안은 부재해서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도 과연 실행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보스턴 클러스터를 비롯한 세계 유명 클러스터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중심의 바이오 기업들, 여기에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사 등으로 이뤄진 ‘생태계’가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할 대형 기업도 없을 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될 전문 인력도, 자금 공급책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을 특정 클러스터로 끌어들일 매력 요소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육성을 지휘할 총괄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지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정부는 복지부 아래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구축해 여러 부처에 흩어진 산업 지원 방안을 방향성 있게 끌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부처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사실상 이전 정부와 같이 시작만 거창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에서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 전략을 발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부처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된 산업 지원을 통합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지원을 추진할 기관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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