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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사상최대’…한은, 결국 금리 인상 나설까

미 연준 3월 금리 0.25%p 인상
파월 “금리인하 예상한다면 완전히 잘못 판단”
시장에선 4월 한은 금통위 ‘금리 동결’ 예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AP]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22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커지고 수입물가가 높아져 국내 고물가가 지속 및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월 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한은이 4월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지 여부가 시장의 관심으로 떠오른다. 

미 연준 금리 4.75~5.00%…파월 “금리 인하 시나리오 없다”

미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75~5.00%로 발표했다. 기존에는 ‘3월 빅스텝’ 가능성이 높았지만 자산규모로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월 10일(현지시간)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번에 연준이 시장 안정을 위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무서운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금리 정책을 펼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연내 금리인하는 연준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SVB 사태 등으로 초래된 은행발 신용 악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물가안정 목표가 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연준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밝히면서, SVB 파산이 전체 은행이 아닌 일부 은행의 문제로 평가했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올해 중에 멈출 가능성은 이번 연준 발표에서 나타났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예상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점도표의 내년 말 금리는 4.3%, 2025년말에는 3.1%였다.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현재 미 연준 금리 상단이 5.00%이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 이후로 한 번의 금리 인상이 나온다고 해도 그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의 이같은 금리 전망은 최근 미국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 대비 6.0%를 기록했다. 2021년 9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한미 금리차 2000년 이후 최대 폭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가 됐다. 한미 금리차가 1.50%까지 차이난 것은 2000년 5~10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월 23일 동결 조치로 3.50%를 기록하고 있다. 

한미 금리차 역전폭이 커지게 되면 주식 시장과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가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수입물가 상승 영향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을 보면 현재까지는 외국인이 국내 상장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외국인은 상장주식 1조169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 순매수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됐다. 다만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상장 채권 순회수 규모는 7780억원으로 3개월 연속 순회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3월에도 긴축 강도를 낮췄고, 향후 금리 동결이 나올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도 계속 멈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SVB 사태에서도 국내 은행에의 여파가 크지 않고, 이에 원달러 환율도 높아지지 않고 있어 부동산 등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을 한은이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3월 10일 1324.2원에서 3월 17일 1302.2으로 낮아졌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로 인해 향후 한은 금통위 경로도 더욱 명확해졌다”며 “은행 사태로 인해 금융 안정에 대한 경각심도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모로 한은의 금리 인상은 2월로 종료됐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3.50% 유지 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의 최대치는 1.75%포인트로 생각할 수 있다”며 “연준의 내년 전망치 밴드를 활용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최대 1.50%포인트로 판단할 수 있어 4월 한은 금통위에서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부담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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