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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인재 모인다"…국민연금 이전설이 잠자던 불만 키웠다

[국민연금 說說說]
②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
윤 대통령의 서울 이전 지시 '사실무근' 입장
전주로 이전 후 운용역 '줄퇴사' 막기 역부족
이전설 재점화에 업계 안팎 '불만·비판' 급증
실제로 서울 재이전하려면 법 개정부터 해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대연 기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는 설이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다. 정부는 항간에 도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이야기에 의심의 싹을 완전히 잘라내는 것은 어려웠다.

어쩌면 이 속담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라북도 전주시로 이전한 것을 반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서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동시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논란이 마음 한쪽에 꾹꾹 눌러놓은 욕망을 건드려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업계에선 이참에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가 다시 숙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연기금 1인당 운용규모. (자료=보건복지부)
서울 이전설 재점화에 쌓였던 불만 ‘꿈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서울 이전설이 재점화한 이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려면 기금운용본부가 서울로 다시 이전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 8.22%로 지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물론 지난해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수많은 변수 탓에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운용역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것은 오랜 골칫거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주로 이전하고 나서 6년간 164명의 운용역이 국민연금을 떠났다. 89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현재 운용 인력은 376명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운용인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게 보수 수준을 조정하는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인당 운용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조원에 달하는 반면, △캐나다(CPP) 2600억원 △네덜란드(ABP) 6500억원 △미국(CalPERS) 1조4300억원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은 비교적 부담이 덜한 편이다.

올해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투자 기업과 의사소통에 나서고자 서울에 스마트워크(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근무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일뿐더러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서 근본적인 인력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이 전주로 내려간 이후 운용역들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며 “자산규모만 약 900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데, 해외 대형 운용사 관계자들도 가끔 국민연금을 방문할 때마다 교통이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고 귀띔했다.

“현실화 어려워”…국민연금법 개정 먼저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 은행, 보험사 등 대부분 금융기관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여의도를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만들어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및 핀테크 순위에서 세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고도 밝혔다. 국내외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국민연금 내부 관계자들마저 암암리에 국민연금의 서울 이전을 바라는 이유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그나마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 있어야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 텐데, 전주에 있으면 거주 등 여러 현실적인 여건을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공공기관 보수도 적은데, 매번 출장이 있을 때마다 서울과 전주를 오고 가는 게 번거롭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다시 서울로 이전하려면 많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령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진짜’ 지시했더라도 국민연금법 제27조에 따르면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다. 즉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주보다 서울에 있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전설’이 도는 것”이라며 “일각에선 전주 이전 이후에 수익률이 올랐다고 주장하는데, 국민연금이 몇 년 전 투자했던 게 성과로 드러난 것일 뿐 앞으로 어떻게 인재를 모아 어떤 투자전략을 구사해 수익률을 높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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