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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00만원 법카’ 논란…증권사 IB 웃지못한 사연 [허지은의 주스통]

IB 실적 악화에 비용 절감 나선 증권가
‘빅딜’ 실종에 법카 한도 낮추기도
거래처 접대·대리비까지 대신 내줘
직원들 울며 겨자먹기로 ‘개카’ 활용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바라본 증권가의 모습. [사진 노진환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받은글) OO증권 인수금융부 1,2부 전체 다 법인카드 뺏고 명령휴가 들어가...1~2월 6000만원 사용했다고.”

최근 증권가에서 속칭 ‘찌라시’ 하나가 돌았습니다. 국내 모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올해 1~2월동안 법인카드로 6000만원을 사용해 회사 측이 제재에 나섰다는 내용인데요. 한 달에 3000만원꼴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셈인데, 같은 업계는 물론 이 내용을 들은 타업계 사람들이 “이게 가능하냐”고 되물을 만큼 일파만파로 퍼졌죠. 

월 3000만원 법카 사용. 얼핏 들으면 천문학적 금액입니다. 하지만 IB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닙니다. 고연봉으로 유명한 여의도 증권가, 그 중에서도 IB 부문은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해 증권사의 ‘꽃’으로 불립니다. 굵직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rivate Equity) 등이 모두 IB 부문에서 이뤄집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조(兆) 단위 돈을 굴리는 부문인 만큼 증권사 IB직무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우는 파격적입니다. 대부분이 연단위 계약직인 ‘IB맨’들은 낮은 기본급 대신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가져갑니다. 회사에 돈을 벌어오는 만큼, 내 몫을 챙겨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법인카드 역시 IB 부문에 대한 복지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IB 종사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보통의 증권사 IB 직원들의 법카 한도는 월 100만원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찌라시’의 주인공으로 거론된 증권사의 인수금융 1·2부 인력을 합치면 20여명 정도로, 이들이 한달에 3000만원을 썼다고 가정해도 1인당 사용금액은 150만원 규모로 통상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럼에도 해당 증권사는 깜짝 놀란 모양입니다. 대표이사가 직접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의구심이 생기지 않게 법인카드를 이용해달라”며 “당분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전수 모니터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하는데요. 특히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출퇴근 시 택시 ▲대형마트·백화점·아울렛 ▲자택단지 내 상점 ▲근무시간 중 안마 ▲연말 골프용품점에서 잔여 예산 소진 ▲세차 등의 사용은 비상식적이나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증권사가 IB부문에 대한 허리띠를 졸라맨 건 투자 시장 악화 탓이 커 보입니다. 작년 증시 한파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전반적인 증권사 실적은 뒷걸음쳤습니다. 특히 그동안 증권사 실적을 견인하던 IB부문이 주춤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죠. 실제 일부 증권사들은 본부별 법인카드 한도를 축소하거나, 사용내역을 단속하고 나섰습니다. 

IB 직원들의 고충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부동산PF팀 직원 A씨는 “거래처 직원 3~4명과의 저녁 식사에 술을 곁들이면 1인당 10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이런 식사 자리가 일주일에 두세번씩 있다”며 “자리가 파하고 거래처 분들 대리비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법카 한도가 부족해 개인카드를 쓰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또다른 증권사 투자금융부 직원 B씨도 “연초부터 대형 딜을 만들지 못해 직원들의 사기도 낮은데, 법카 단속까지 엄격해져서 영업이 힘든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법카 사용은 당연히 막아야하겠지만,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제재를 가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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