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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보단 스토리로 접근”…‘미술계 하이브’ 꿈꾸는 이 남자 [이코노 인터뷰]

금융과 미술의 만남…서경범 아르텍인베스트먼트 대표
작가의 작업에 초점…전시공간 확보→글로벌 진출 구상
“투자 차원 넘어 전문적인 아트 산업으로 대중화 필요”

서경범 아르텍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서울 성동구 갤러리 전시공간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미술계 하이브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글로벌 기업 하이브. 세계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롤모델로 내건 주체는 놀랍게도 미술 산업을 영위하는 신규 법인의 대표다. 

오랜 기간 금융투자업에 몸담다 새롭게 떠오르는 아트 파이낸스 시장에 발을 디딘 서경범 아르텍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나 ‘미술계 하이브’로 거듭나기 위한 그의 구상에 관해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토목에서 금융, 금융에서 미술로…‘변화무쌍’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서 대표가 걸어온 지난 날은 ‘종잡을 수 없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토목공학과를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따냈지만 이내 금융에 뜻을 안고 투자업에 뛰어들었고,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밸류를 측정하는 기관 투자자 역할만 10년 가까이 맡았어요. CFO, CEO 등 고위 기업 관계자만 1000명 가까이 만났죠. 상장(IPO)이 어떻게 보면 기업의 성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잖아요. 그 노하우를 전하고 싶어 원스탑 토탈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이런 그가 최근 금융투자업에서의 경험을 살려 새롭게 일궈내고자 하는 분야가 바로 미술 시장이다. 성장 기로에 선 시장의 전망, 미술을 향유하며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 등 모든 요소가 서 대표에겐 블루오션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세우게 된 것이 바로 아트 법인, 아르텍인베스트먼트다.

“금융업에 몸담으면서 주로 상대한 대상이 고액자산가였어요. 그들의 관심사가 모이는 두 축이 바로 세금과 자녀교육이었죠. 국내 미술품 시장은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국가 기조 덕분인지 세금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에요. 이러한 측면에서 아트테크를 투자의 차원을 넘어 보다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미술 산업에 눈을 뜨게 된 거예요.”

하지만 세제 혜택만이 서 대표를 미술계로 이끈 동인은 아니다. 미술에 한 번 관심을 가지고 나니 작품을 그린 작가가 눈에 들어왔고, 작가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들의 역량에 비해 그들이 머무는 공간이 열악하다는 판단이 스쳤다.
 
“국내 예술가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굉장히 열악하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얼마 전 지역 신진작가 육성을 목적으로 열린 제주 신라면세점 갤러리에 방문했을 때 접한 내용도 충격이었죠. 작품을 전시하고픈 작가들은 500명에 달하는 데 비해 공간이 부족해 수많은 작품이 수장고에 머무르는 신세라는 소식이었어요.”

작가의 스토리가 담길 때 빛나는 아트파이낸스

서 대표와 협업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는 강영길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강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의 심리, 날씨, mbti 등과 연동돼 형태가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서경범 아르텍인베트스트먼트 대표]

그렇게 구체화한 노선이 바로 아트 파이낸스다. 아트 파이낸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예술 산업을 다루는 자금의 흐름’이라는 모호한 의미만 담겨 있기 일쑤다. 서 대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길 때 아트 파이낸스가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국내 아트파이낸스 시장은 굉장히 좁고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어요. 미술품을 소재로 하는 재테크, 일명 아트테크에 국한돼있는 측면도 크죠. 출발점이 미술 작품, 작가가 아니라 철저히 투자인 경우가 부지기수인 거예요. 그래서 더욱 작가의 작업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작가들이 여러 외부적인 어려움 없이 작업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어 국내 미술 시장 특성상 아직까지 미술작품 소비에는 고소득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를 통해  아트 산업의 영역을 점차 대중적으로 넓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술 작품이 고소득층만의 전유물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여러 미술 작품이 고소득층에 의해 거래되고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에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난 2021년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건희 컬렉션’이죠. 가치가 높은 다수의 미술 작품을 확보하고 이를 시장에 드러내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돈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서경범 아르텍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서 대표는 국내 작가들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전시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작가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투입한 자산이 바로 서 대표의 주특기, ‘네트워킹’이다. 미술 작품과 그 가치에 관심을 보이는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를 빠르게 파악해 금융사들의 프리미엄 공간을 하나둘씩 미술품이 가득한 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있다. 5월 5일부터 DB금융투자그룹의 프리미엄 금융서비스공간인 DB알파플러스클럽에 내건 컬렉션이 그 예시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현지 문화에 맞춘 ‘글로컬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국내 경쟁력 있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 내년 아부다비 아트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 진출을 목표로 지원을 이어가며 그 첫발을 뗐다. 

“처음에는 파인아트 시장에 전면승부를 보자는 마음가짐이었어요. 과감하게 파리, 스위스를 대상으로 삼았죠. 그런데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아직 변두리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K-콘텐츠에 상대적으로 더 우호적인 아부다비, 마이애미로 행선지를 바꿨어요.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로 시작해서 영역을 점차 넓혀가는 식으로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겠다고 마음먹었죠. 이제 현지 문화에 맞춘 글로컬 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서 대표의 꿈은 장차 국내 작가들이 더 넓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미술계 하이브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가수는 곧 작가, 노래는 곧 작품, 갤러리는 곧 콘서트장이에요. 작가들이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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