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내달 출범…대우조선해양, 굴곡의 역사 끝낼까
[한화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②
1분기 적자 전망에 2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
군함 시장 강자로 ‘복귀’…조선 3사 구도 지각 변동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10조원 넘는 ‘혈세’로 연명해 온 대우조선이 한화그룹 품에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달리, 올해 1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르면 2분기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HD현대중공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군함 시장에서 존재감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군함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의 결합 시너지도 클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20년 넘게 혈세로 연명…대우조선 ‘환골탈태’ 기대감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은 1997년 외환 위기 등으로 200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이듬해인 2001년 8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02년 3월에 사명을 대우조선해양으로 변경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2007년 10월엔 주가가 6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기업 가치가 올랐다. 4월 26일 현재 대우조선 주가는 2만7000원 수준이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2008년 3월에 대우조선 매각 작업에 돌입한 이유다. 당시 대우조선의 성장성 등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매각도 순조로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터졌다. 6조원 넘는 가격을 제시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조선 산업에 불황기가 찾아왔다.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이 매섭게 성장하면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의 늪에 빠진 것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한 선박이 없으면 조선사도 멈추기 때문에, 일감 확보 차원에서 저가 수주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 국내외 조선사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선박을 만들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유가 여파에 해양플랜트 건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위기에 내몰렸다. 2015년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에 분식 회계 사태마저 겹쳤다. 결국 KDB산업은행은 2015년 10월 총 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이 담긴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조 단위 지원은 지속됐다. 지원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20년 넘는 세월 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 자금 규모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이동걸 회장이 이끌던 KDB산업은행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였다. 혈세 투입 논란 등이 있지만, 어떻게든 회생시켜 매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이 성사됐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간 지주사(현 HD한국조선해양)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의 매각을 추진했다. 대우조선 지분을 중간 지주사에 넘기고, 이 대가로 중간 지주사 신주를 받는다는 것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대우조선 매각 가격을 줄일 수 있고, KDB산업은행은 중간 지주사 2대 주주로 독과점 문제 등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나름의 ‘묘수’였다. 이후 대우조선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는데, 유럽연합(EU) 측이 기업 결합을 불허하면서, 또다시 매각이 무산됐다.
돌고 돌아 한화로…대우조선 정상화 ‘속도’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관건은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여부다. 당장 올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수주 실적을 보면,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대우조선이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우조선은 1분기에도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26일 기준 대우조선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1500%가 넘는 부채비율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 등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대우조선 재무 개선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한화 품에 안긴 대우조선이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감도 많다. 그간 HD현대중공업에 밀린 군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진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의 경영 위기 속에서 군함 시장을 주도했는데, 이번에 군함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와의 결합으로, 대우조선이 군함 시장 강자로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군함 부품을 만드는 한화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의 결합은 그 자체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 역시 다른 조선사들처럼 충분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본격적으로 수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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