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이럴 수 있나”…돌아선 개미, 불매운동 번지나 [허지은의 주스통]
김익래 회장, 전격사퇴…“매각대금 환원”
“영웅문 삭제했다”…개미 인증샷 이어져
초대형IB 인가 무산 가능성, CFD 우려도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매도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인정하고 매도로 얻은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너 사퇴에도 키움증권을 믿고 이용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익래 회장은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5분여만에 끝난 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매도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게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우데이타 매각대금 605억원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김 회장의 사퇴는 긴급 기자회견 만큼이나 갑작스럽긴 했습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하루 전인 3일까지만 해도 라덕연 대표가 제기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공매도 의혹에 대해 매매 잔고 및 거래 명세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명세서에는 김 회장이 지난달 24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에 대한 매매대금 605억4300만원을 키움증권 계좌로 입금받은 내역이 적혀 있었습니다.
김 회장 측은 다우데이타 매도가 한번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2021년 자녀들에게 다우데이타 주식 총 200만주를 증여했습니다. 이후 이에 대한 증여세 납부를 위해 올해 4월부터 블록딜을 진행했는데, 우연히 하한가 시점과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는 해명인데요. 이에 대해 라 대표는 다우데이타 주식 가격을 하락 시키기 위해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고 주장했고,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며 맞섰습니다.
다만 적극적인 해명에도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오너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 회장은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으나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님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들게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며 사퇴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키움증권, 개인 점유율 1위 무너지나
알려진대로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 점유율 부동의 1위 증권사입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 점유율은 30.6%로, 국내 주식 투자자 10명 중 3명은 키움증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타사의 개인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규모입니다. 실제 키움증권은 증시 부진이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리테일 수수료수익으로만 6613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감히 ‘개인 투자자 덕에 돈을 벌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영웅문’을 삭제하고, 타 증권사로 이관하겠다는 이른바 불매운동도 전개되는 모양새인데요. 키움증권 이용자 A씨는 “개미들이 신용융자로 키워준 키움증권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나왔다는 자체로 배신감이 든다”며 “오너만 사퇴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에 대한 사전 정보를 키움증권이 확보했는지, CFD 거래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내부 임직원의 연루 여부 등이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현재 라 대표를 비롯한 사건 핵심 인물을을 입건해 수사 중인데, 김 회장 역시 이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주가조작의 뇌관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 후폭풍도 예상됩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들은 이달 들어 CFD와 관련한 신규 매매를 중단하고, 계좌 신설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키움증권 역시 CFD 거래를 서비스하던 증권사로, 이번 사태로 인한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의 초대형IB 인가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형증권사 사주가 불공정거래 사태에 연루된 것도 이례적인데, 금감원 조사와 오너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인가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691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신청 자격은 갖췄지만 당분간 초대형IB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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