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앞두고 ‘아빠 찬스’ 쇼핑...‘억소리’ 법인차 계속 늘었다[백카(CAR)사전]
올들어 5월까지 법인차 등록 대수 매월 증가
내달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 앞둔 탓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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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중소기업에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씨는 연말이 되면 수개월간 밀린 자동차 사용 일지 작성으로 바쁘다. 김씨는 “법인차를 타면 일지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데 윗분들이 매일 일지를 쓰지 않는다”며 “일지를 꼼꼼하게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 한 번에 작성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개인 소유의 차량이 없다. 평소에도 법인차를 사용할 수 있어서다. 박씨는 “출·퇴근 용도로 법인차를 쓰고 있다”며 “물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판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고가의 수입 승용차(이하 고가 수입차)를 구입한 법인이 올초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 시행을 예고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법인차 사적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이 제도는 내달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고가 수입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4228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3587대)과 비교해 17.9%, 전월(4117대) 대비로는 2.7%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법인차 신규 등록이 가장 많았던 브랜드는 2034대의 메르세데스-벤츠였다. 이어 BMW(946대), 포르쉐(647대), 랜드로버(210대), 아우디(118대), 벤틀리(60대), 람보르기니(55대), 캐딜락(43대), 볼보(36대), 롤스로이스(29대), 마세라티(26대)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예고한 법인차 관련 신규 규제가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 수렴 목적으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하는 법인이 늘면서 사적사용, 법인세 탈루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 예고 이후 지난달(5월)까지 매월 법인명의 고가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늘었다. ▲1월 2569대 ▲2월 3569대 ▲3월 3942대 ▲4월 4117대 ▲5월 4228대 등이다.
법인차 사적사용, 법인세 탈루 등은 오래 전부터 지적을 받아온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공략 중 하나로 법인차 문제를 포함시킬 정도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2021년) 신규 등록 자동차는 연평균 1.3% 감소했다. 반면, 법인명의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연평균 2.4%씩 늘었다.
특히 고가 승용차의 등록 대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최근 5년(18~22년)간 법인명의 승용차의 신규 등록 취득가액은 1억 초과 4억 이하 차량이 71.3%, 4억 초과 차량이 88.4%에 달했다. 업무용으로 고급차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전문용역을 통해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섰으며, 올해 7월부터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으로 구분하는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제도 시행 시 법인차 사적사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개인 SNS에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 시)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한 뒤 배우자 또는 자녀가 이용하는 꼼수를 쓰기 어렵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규제가 생길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니 불안감이 쌓이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이달(6월)에는 더욱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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