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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시급한데…노사 갈등 푸느라 ‘진땀’

[반복되는 夏鬪, 재계는 전전긍긍]④
‘18년 만에 파업’ 위기 벗어난 아시아나항공…상생 분위기로 전환?
반도체 한파에 휘청한 삼성전자에선 勞勞 갈등 ‘잡음’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위원장이 6월 7일 쟁의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주요 기업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경영 위기에 내몰린 기업에서조차 노사 갈등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에 사실상 제대로 임금을 올리지 못한 노동조합들은 “임금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재무 상황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노사가 흑자 전환 시점에 임금을 인상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등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에선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의 경우 노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임금 협상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란 진단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노사, 파업 전 잠정 합의안 도출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임금 협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는 7월 18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26차 교섭에서 기본급 2.5%, 비행 수당 2.5%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합의안에는 안전 장려금 50% 지급, 부가적 복지 혜택 확대 등도 포함됐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합의안에 대해 설명회와 찬반투표 등을 거친다. 찬반투표에서 찬성 가결되면, 지난해 임금 협상도 마무리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가 지난해 임금 협상에 대해 잠정 합의하면서, 7월 24일로 예정된 조종사 노조 파업은 보류됐다.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임금 동결에는 합의했는데, 지난해 임금 인상을 두고 입장차가 뚜렷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기본급 10% 인상을 요구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측은 2.5% 인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양측이 임금 인상 규모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종사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쟁의 행위 찬반투표 등 파업권 확보 절차를 밟았다. 이후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쟁의 행위 찬반투표 찬성 가결로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6월 7일부터 합법적으로 항공편을 지연시키는 방식의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회사 조종사 노조의 단체 행동으로 7월 16일까지 국제선 2편, 국내선 10편이 결항했으며, 총 56편이 지연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APU(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쟁의 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단체 행동에도 지난해 임금 협상에 대한 진척이 없자 7월 24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이 파업에 휘말릴 위기 상황에 직면했는데, 이달 18일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최근에 항공권 예매 취소가 급증하자 조종사 노조 측에 ‘긴급 협상’을 요청했고, 이 협상에서 노사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가 이번 잠정 합의를 계기로 상생 분위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로 그간 제대로 임금을 올리지 못한 조종사 노조가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한 주장은 아니다”면서도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가 합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분기 연결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00%를 넘어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임금 협상 어디로 

올해 상반기 이른바 ‘반도체 한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에서는 노동조합끼리 갈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전국삼성전자노조를 비롯해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DX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는데, 공동교섭단에서 DX노조가 제외됐다.

이에 대해 전국삼성전자노조 측은 “공동교섭단은 5개의 모든 노조의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함께 가야 하는데, DX노조는 기존의 공동교섭단 활동을 비난하고 있다”며 “노조 간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공동교섭단으로 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DX노조의 경우 기존의 공동교섭단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공동교섭단을 구성할 수 없었다”며 “법률에 따라 교섭 대표 노조 지위는 단체 교섭에 참여한 5개 노조 중 전국삼성전자노조가 갖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노조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어, 올해 임금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 노사의 경우 올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 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점에 임금을 4.5%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점 인상률을 4.5%로 정하되 시행 시점에 2023년 1월부터의 임금 인상분을 소급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기술사무직 노조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현재 기술사무직 노조는 찬반투표를 거쳐 해당 잠정 합의안을 수용한 상태다. 반면 전임직 노조의 경우 회사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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