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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 본질은 지키고 새로움을 더하다 [C-스위트]

[CXO의 방]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 지킬 ‘守’, 근본 ‘本’
‘최고’(Best)보다 ‘더 좋은’(Better)에 초점…상생 경영 기반

경기도 오산시 동부대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본사.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해현갱장’(解弦更張).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본사. 이곳에서 만난 윤진호 대표의 집무실 벽에는 이런 글귀를 담은 커다란 액자가 걸려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윤 대표는 해현갱장이라는 말로 그간 소회를 대신했다. 교촌의 본질을 토대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미다.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교촌의 정신’으로 내건 슬로건이자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집무실 벽에 걸린 해현경장 문구 액자. [사진 신인섭 기자]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맨다는 뜻이에요. 거문고가 가진 몸통 자체는 훌륭하지만 소모품인 줄은 때가 되면 바꿔줘야 하거든요. 교촌치킨도 마찬가지에요. 기본적인 브랜드 철학, 제품의 맛과 품질 등 기본은 지키되 빠르게 변하는 대외환경에 따라 바꿀 부분은 바꿔나가겠다는 의미죠.”

윤 대표의 집무실은 이러한 교촌만의 새로움을 계획하는 공간이다. 컨설턴트 출신인 그답게 10평 남짓한 이곳은 실용성 위주로 꾸며졌다. 데스크톱이 놓인 개인 책상과 여섯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회의용 테이블, 한쪽 벽면에 자리한 책장이 공간의 전부다. 얼핏봐선 치킨 브랜드 대표의 공간인지도 알 수 없다. 실무형 최고경영자(CEO)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의 집무실 물품들. [사진 신인섭 기자] 

윤 대표는 그렇다고 단순 숫자적 성과에만 열을 올리는 CEO는 아니다. 그의 경영방식은 ‘최고’(Best)보다 ‘더 좋은’(Bette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년간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던 교촌치킨이 지난해 경쟁사인 bhc에 타이틀을 내줬을 때도 그가 조급해하지 않은 이유다. 교촌치킨이 타이틀보다 주요한 가치로 보고 있는 것은 가맹점주와의 상생이다. 

“본사 매출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점포 수 확장이에요. 하지만 본사 이익을 위해 점포 수만 늘리는 건 기존 점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죠. 교촌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20년 전(2003년 12월) 이미 가맹점 수 1000호점을 돌파하고도 교촌치킨 매장 수가 아직까지 1360개 밖에 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지켜온 교촌 만의 상생 효과는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교촌치킨은 평균 폐점율 0%대를 수년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교촌치킨 가맹점 중 간판을 내린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평균 폐점율이 11.9%인 것과 대비된다. 교촌치킨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도 6281만원으로 주요 치킨 브랜드 중 가장 높다. 

윤 대표는 상생을 기반으로 신메뉴 개발에 집중하면서 매출 증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외형 확장(점포 수)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면 점포당 매출을 늘리는 구조가 정답이라고 봤다. 우선 치밥(치킨+밥), 치면(치킨+라면), 치떡(치킨+떡볶이) 등의 신제품으로 가맹점주가 팔 수 있는 무기(메뉴)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사업도 신중하게 확장해나가기로 했다. 단순 간판만 파는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궁극적으로 교촌의 브랜드 이미지만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컨설턴트 출신치고 숫자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죠. 하지만 제가 경험한 소비재 사업,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은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돌아가는 편이에요. 숫자를 보고 데이터를 따지면 이미 늦었을 때가 많더라고요. 책상 위에 앉아서 일하는 것 보다 현장에 적용해보고,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 거죠.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과 과정이 훌륭하다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봐요. 숫자적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처리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교촌의 원칙인 정도경영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고요.” 

교촌치킨이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32년에 이르는 동안 다져온 상생경영과 맛에 대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 대표는 같은 맥락에서 교촌의 새로움을 연구하고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CEO가 되길 꿈꾼다. 그는 요즘 또 다른 ‘뉴 알파’를 찾고 있다. 교촌의 성장 요체가 되는 ‘Better’를 다방면에서 찾겠다는 의미다. 이 도전의 시작에도 해현갱장의 정신이 깔려있다. 

윤진호 대표는_1972년생인 윤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전략·기획 업무에 능통한 인물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애경산업, SPC삼립 등을 거치며 컨설팅과 마케팅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3월 교촌에프앤비 대표로 선임돼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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