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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마주하는 게 사업의 본질…끈기로 일군 고피자 [C-스위트]

[CXO의 방]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질 ‘持’ 오랠 ‘久’
지구(持久), 될 때까지 해보는 태도의 가치
세계 곳곳에서 피자 가볍게 즐기는 게 목표

CXO(Chief X Officer).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CEO를 비롯해 CMO(마케팅), CTO(기술), CFO(재무), COO(운영) 등 각 기업의 분야별 최고책임자를 아울러 일컫는 말입니다. C레벨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C레벨의 자리에 오른 이들과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예비 리더들과 함께합니다. 'C-스위트(SUITE)'는 'CX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X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스위트’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서울 종로구 글로벌 본사 4층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우아한 백조의 물밑 치열한 발길질. 빤한 비유다. 그러나 이 문장이 고스란히 삶에 묻어나는 이는 찾기 어렵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34)는 이런 발짓이 사업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될 때까지 해보는 것. 누구나 다 아는, 그러나 아무나 실행하지 못하는 성공 비결이다. 임 대표는 “부단한 노력이 유일한 장점일 뿐”이라며 웃었다. “끈기 하나로 마주한 문제를 물고 늘어져 지금의 고피자를 ‘간신히’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하루의 절반을 보낸다고 하는 집무실에는 뚝심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자리했다.

나이키 책자엔 고피자를 ‘사고 싶은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아이언맨 마스크엔 ‘효율적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레고 트럭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인도를 상징하는 코끼리엔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 집무실엔 그가 ‘어려운 문제를 마주해 포기하고 싶을 때’ 의지를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 한 푸드트럭에서 ‘1인 피자’란 수식어를 달고 장사를 시작했던 임 대표는 이제 더 이상 피자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출근하자마자 전일 매출을 체크하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고피자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업무’라고 한다. 1인 법인에서 시작한 고피자가 7년 만에 약 190개 매장(국내 130개·해외 60개)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기에 업무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1인 법인 설립 3년 만에 연간 매출 45억원을 달성했을 때도, 지난해 매출이 200억원을 돌파한 순간에도 임 대표는 ‘필요한 일’을 했다.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로 사업 영역을 넓힐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가 필요하면 발로 뛰었다. 고피자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450억원에 달한다. 지금의 고피자는 전체 매출의 30% 안팎을 해외서 올리는 어엿한 ‘글로벌 스타트업’이 됐다.

임 대표가 사업을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피자를 버거처럼’으로 요약되는 그의 비전은 시장의 반향을 일으켰다. 비싸고 느리고 무거운 피자를 가벼우면서도 빠르게 제공한다는 ‘사소한 변화’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고피자를 맥도날드처럼 만들겠단 그의 생각이 충분한 경쟁력이 된 셈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 집무실 한켠에 배치된 장식물. 푸드트럭(왼쪽)에서 시작한 사업을 인도(중앙)를 시작으로 해외로 확장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그러나 이를 현실에 실현하는 건 ‘문제 발생과 해결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없는 1인용 피자. 반죽부터 이를 굽는 전용 화덕까지 모두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의 고피자를 유명하게 만든 ‘로봇이 피자를 굽고 소스를 뿌리고 자르는’ 화덕이 탄생한 배경이다. ‘적당한 크기의 피자 제작’을 해결하고 나니 이번엔 품질이 말썽을 부렸다. 이에 영상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레시피에 맞는 재료가 올라가는지는 지를 확인하는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만들어 냈다. 임 대표는 “고피자가 푸드테크 기업으로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았지만, 처음부터 로봇이나 AI를 염두하고 사업을 꾸린 게 아니다”며 “피자를 버거처럼 가볍게 만들기 위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 방법’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 직원까지 합쳐 500명이 일하는 규모로 회사가 커지자, 문제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튀어나온다고. 임 대표는 “‘난생처음 겪는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기댈 수 있는 곳은 끈기밖에 없었다”며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될 때까지’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며 고피자를 맥도날드처럼 세계 어디서나 가볍게 먹는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집무실에 마련한 로잉머신으로 운동하고 있는 모습. 그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체력’이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느끼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며 “직원들은 너무 ‘효율충’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곤 했다”고 웃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_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 푸드트럭 한 대로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를 창업했다.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고, 대통령 표창과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유니콘’에 지난 6월 선정됐다. 고피자는 식음료(F&B) 분야 한국 첫 유니콘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 신인섭 기자]
임재원 고피자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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