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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도 2차전지 팔았다…다음 주도주 찾는 개미

[배신당한 개미]②
에코프로·금양 임원 자사주 매도 이어져
2차전지 쏠림 현상 완화…‘빚투’는 문제
개인투자자 관심 반도체로 이동
이달 들어 삼성전자 집중 매수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에코프로를 갖고 있는 사람,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증시 투자자가 이렇게 두 부류로 갈릴 만큼 2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들도 빚내서 투자에 나섰지만,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매도로 주가 변동성은 커졌고 결국 2차전지주들은 고점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이제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반도체 등 다른 주도주로 이동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7일까지 삼성전자를 34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당초 2차전지 투자 심리 집중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삼성전자를 5490억원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위는 POSCO홀딩스(005490)가 차지했다. 

반도체로 수급이 이동하면서 과열됐던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2차전지가 고점을 찍으면서 차익 실현 물량이 풀린 것이 한몫했다. 특히 회사 주식이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한 임원들이 줄줄이 2차전지 주식을 매도하면서 ‘지금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에코프로비엠(247540)과 금양(001570) 주가는 지난달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 공시 영향으로 하락했다.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한 7월 27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7.2%, 금양 주가는 22.47% 급락했다. 

2차전지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임원들의 자사주 처분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통상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는 주식 시장에서 ‘고점’ 신호로 읽힌다. 주가가 하락한 이후 자사주 처분 사실이 공시되면 향후 주식 변동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임원 4명이 7월 27~28일 회사주식 5790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총 26억원 규모다. 연구자원 담당인 서준원 전무는 보유 중인 6000주 중 4000주(18억원)를 지난달 25일 장내 매도했고, 김홍관 전무(1000주·4억5425만원)도 같은날 지분을 팔아치웠다. 

박지영 상무(700주·3억6400만원), 이경섭 상무(90주·4959만원)는 지난달 26일 보유 중이던 회사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박 상무는 지난달 17~18일에도 1000주를 처분했고 이 상무 역시 같은달 11~12일에 1000주를 매도했다. 

앞서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을 포함해 다른 임원들도 이미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최 사장은 7월 13일 자사주 2800주를 팔아치우면서 약 7억8400만원을 현금화했다. 방정식 에코프로비엠 부사장도 7월 11일과 18일에 각각 900주, 1200주를 팔았다. 

금양에서도 자사주 처분이 이뤄졌다. 금양 허재훈 상무는 7월 27일 보유주식 8만주 가운데 4만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임원 매도에 변동성 커지는 2차전지

임원 매도 영향 등 7월 말을 기점으로 2차전지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8월 들어 에코프로비엠 투자 의견을 제시한 9개 증권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개 증권사가 ‘중립’ 혹은 ‘매도’ 의견을 내면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로 집중됐던 투자 심리가 차츰 반도체 등 다른 주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도 8월 들어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8월 외국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000660), 2위는 포스코퓨처엠(003670), 3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로 쏠렸던 무게 중심이 점차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실적 호조와 새로운 사업 기대감에 외국인 수급도 반도체, 플랫폼, 엔터, 바이오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종목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D램을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하자 삼성전자가 대안주로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2차전지 쏠림과 주가 변동성으로 이미 늘어난 ‘빚투’ 잔고는 문제다. 2차전지 주가가 하락하면서 향후 ‘반대매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초 16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증시 신용융자거래 잔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2거래일 후 갚아야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는 ‘초단기 대출’인 위탁매매 미수금도 7월 28일 기준 77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전날(5926억원)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30% 이상 급증했다. 올해 초(1930억원) 대비로는 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대매매 비중도 11% 이상을 찍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2차전지주를 비롯한 테마주 등 과도한 쏠림 현상으로 늘어난 ‘빚투’가 과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에서 신용공여거래 융자 금리 낮추기 등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과도한 투자자 쏠림, ‘빚투’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다”며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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