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흐름 읽듯 암 치료 효과 예측하죠”…삼성종기원 출신 CEO의 도전 [이코노 인터뷰]
AI 예측 분석 엔진 개발해 헬스케어 사업 도전
유방암 치료 적합성 예측 솔루션 임상 진행 중
“올해 안으로 임상 마쳐 의료기기 인증받을 것”
뉴로다임은 AI 기반의 교통 흐름 제어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 사실 헬스케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7월 28일 서울 성동구 뉴로다임 본사에서 만난 고 대표는 “광역 교통 흐름 제어에 사용하는 기술을 헬스케어 사업에 똑같이 적용했다”며 “작은 기업이 전혀 다른 사업을 어떻게 동시에 진행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핵심 기술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삼성종기원 출신 공동 창업자들과 20여 년 동안 AI 예측 분석 엔진을 개발했다. 뉴로다임을 창업하면서 이 엔진을 활용한 교통 흐름 제어 플랫폼 ‘아이토반’과 유방암 치료 효과 예측 플랫폼 ‘아이테논’을 완성했다. 두 기술 모두 AI를 활용해 특정 정보를 예측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고 대표는 “예측 분석 엔진에 적합한 AI 모델이 없어 50여 개의 기계학습(머신러닝) 모델을 구현해 플랫폼으로 만들었다”며 “데이터만 넣으면 AI가 자동으로 정보를 학습,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고 대표가 처음부터 헬스케어 산업에 뜻이 있던 것은 아니다. 아내가 수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해외 기업 한 곳이 유방암 치료의 효과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한 기업이에요. 검사 비용은 400만원 가량으로 비쌉니다. 항암 치료 과정이 워낙 고통스럽다 보니 아내도 그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검사가 전통적 방식인 통계를 활용하거든요. 과거의 데이터에서 환자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 예측하는 모델이에요. AI와 같은 기술도 사용하지 않아요. 해외 기업의 서비스를 쓰다 보니 검사 과정도 한 달가량 걸립니다. 당시 엔진을 개발하고 있던 터라 기술 개발을 마치면 가장 먼저 유방암 치료 적합성 판단 솔루션을 내야겠다 결심했죠.”
키와 몸무게, 암의 크기로 AI 생성…치매까지 탐색
뉴로다임은 현재 건국대병원과 국제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등과 아이테논을 활용한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진이 아이테논에 데이터를 넣으면 질병의 종류에 상관없이 특정 정보를 예측하는 AI를 만들 수 있다. AI 학습에 필요한 정보는 각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활용한다. 의료진은 키와 몸무게, 나이와 암의 크기(tumor size) 등 암 진단을 위해 병의원에서 수집하는 정보만으로 AI를 직접 생성할 수 있다. 뉴로다임은 이를 통해 아이테논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질환을 탐색 중이다. 부정맥부터 치매까지 활용 범위가 무한하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의료진이 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솔루션에 넣으면 해당 질환의 특정 영역을 예측하는 AI를 각각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자신의 데이터로 만든 AI를 더 고도화하고 싶다면 뉴로다임에 최적화(옵티마이제이션)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학병원에 공급한 연구자용 솔루션으로 여러 질환 영역에 아이테논을 활용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솔루션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뉴로다임을) 질병을 연구해 특정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에서다.
아이테논을 기반으로 만든 유방암 치료 적합성 판단 솔루션은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마치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로 인증받겠다는 목표다. 통계 방식의 유방암 치료 효과 예측 서비스보다 정확하다는 것이 고 대표의 설명이다.
또, 기존의 서비스는 환자의 검체를 해당 기업으로 보낸 뒤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3~4주가 필요하지만, 아이테논은 의료진이 데이터를 등록하고 확인하기까지 몇 분 걸리지 않는다. 고 대표는 “현재 국제성모병원에서 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헬스케어 부문에서 매출도 발생했다”고 했다.
자체 AI 모델 구축 목표…시리즈A 펀딩 추진
AI 기업으로서의 목표는 AI 예측 분석 분야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처럼 뉴로다임의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고 대표는 “AI 모델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모 있는 기업만 도전할 수 있다”면서도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 한정해 AI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정부 지원도 기술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데이터 구축 사업은 기업들이 실제 사용할 수 없는 데이터가 많고 데이터 자체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로다임은 지난 7월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시리즈A 투자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번 펀딩을 통해 800억원 가량을 투자받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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