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 분리 매각 목소리…LCC 판도 ‘지각변동’
[아시아나 매각 좌초 위기] ②
“에어부산 품는 국적 LCC, 업계 1위로 도약” 전망
중장거리 노선 반사 이익 노린 티웨이‧에어프레미아 어디로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무산 이후 항공 산업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이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에 대한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부산 지역에선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어부산을 따로 떼 매각할 경우, 국적 LCC를 포함해 다수의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어떤 기업이 에어부산을 품느냐에 따라 LCC 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이른바 ‘알짜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부 LCC들의 중장거리 노선 강화 목표도 좌절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분리 매각 땐 다수 기업 ‘군침’”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부산 기업들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에어부산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에어부산을 인수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부산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에 “부산시와 부산 지역 기업이 에어부산을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합친 통합 LCC 출범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묶인 에어부산의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 LCC 추진과 관계없이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통해 독자 생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에어부산의 경영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이뤄진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에어부산은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데, 통합 LCC 출범을 염두에 둔 배분이란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탓에 국제선 운수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임직원 임금이 동결되면서 회사를 떠난 인원도 적지 않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50명이 넘는 인원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부산 측은 올해 상반기에 70여 명의 직원을 신규로 채용했지만, 다른 국적 LCC들이 세자릿수 채용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채용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실제 에어부산 매각이 이뤄지면 “국적 LCC를 포함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정 국적 LCC가 에어부산을 품으면 단숨에 국적 LCC 1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른 지방 공항과 비교해 김해국제공항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어 에어부산만의 경쟁력이 있다”며 “국적 LCC들이 에어부산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사태 전 국적 LCC 출혈경쟁 문제가 대두됐을 때도, 에어부산은 향후 생존할 LCC로 거론됐다”며 “국적 LCC뿐 아니라 항공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들도 에어부산 인수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중장거리 꿈’ 좌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되면, 양사 통합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이 노렸던 중장거리 노선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강도 높은 독과점 해소 방안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처지다. 이 과정에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이 중장거리 노선이나 화물 사업 일부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양사 통합이 실패하면 양사가 보유한 중장거리 노선도 다른 항공사로 이전되지 않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이른바 ‘알짜 중장거리 노선’ 확보를 노리던 분위기인데, 양사 통합이 실패로 끝나면 반사 이익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와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는 모두 대한항공 출신으로 대내외적으로 중장거리 노선 확장 전략을 언급해 왔다. 정홍근 대표는 2017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밝혔고,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최초로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LCC를 표방하고 있다. 유명섭 대표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장거리 노선에 대해 “대한항공이 미주 5개, 유럽 4개 노선에서 신규 경쟁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노선에 새로운 진입자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유 대표는 “최초 회사(에어프레미아)를 만들었을 때 양사 합병을 가정하지 않았다”며 “합병되면 새로운 역할을 하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원래 계획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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