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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VC의 등장…2년 뒤엔 비룡 꿈꾼다[이코노 인터뷰]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
“MDM 지원으로 ‘럭키’하게 시작”
전문가팀·탑다운 방식이 회사의 투자전략
하반기엔 블라인드 펀드도 조성 예정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가 지난8월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벤처캐피탈(VC) 업계의 ‘비룡’을 꿈꾸는 회사가 있다. 이제 ‘첫 돌’이 막 지난 신생 VC 카익투벤처스의 얘기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카이트빌딩에서 만난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는 “올해 상반기 잠룡이었다면, 하반기엔 현룡이 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한 번 더 도약하면 2025년에는 비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재 카익투벤처스를 두고 잠행을 끝내고 세상에 나가 서서히 이름을 알리는 시기의 ‘현룡’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를 만나 추후 하늘을 나는 용 ‘비룡’이 되기 위한 투자전략과 약 1년간의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작년 취임해 손수 직원 뽑고 사무실 꾸며 

카익투벤처스는 부동산 개발사인 엠디엠그룹의 관계회사다. 그룹 내 한국자산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신기사 라이센스 활용을 위해 만들어졌다. 벤처투자 업계 호황기가 꺾이고 새로운 사이클 시작되는 때,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은 윤희경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 대표는 “회사 합류까지는 고민을 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카익투벤처스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 뻗을 수 있도록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활동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윤 대표는 2022년 7월18일 취임했다. 그의 취임일은 곧 카익투벤처스의 창립기념일이다. 첫 출근 이후 윤 대표는 직접 사무실 인테리어를 꾸미고, 필요한 소품들을 집에서 가져왔다. 사무실 곳곳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함께 일할 직원을 뽑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카익투벤처스 투자팀은 윤 대표를 제외하고 총 3명인데, 주목할 점은 모두 VC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기업에서 전략투자를 하거나, 증권사, 컨설팅 및 운용사에서의 리서치 경험이 전부다. 윤 대표는 기존 VC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윤 대표는 “VC 경험이 있고 네트워킹을 통한 딜소싱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들도 면접을 봤지만, 그보다는 산업과 기업 펀더멘털 분석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팀으로 출발하는 것이 현재 업황에 접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뜻에 따라 같이 활동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시작을 했고, 같이 일해보니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직원 개인별로 엑시트(투자회수) 해본 경험이 없고, 경력이 많은 VC들하고 경쟁을 해야 되는데 트랙레코드가 없는 점은 단점”이라면서도 “우리 만의 강점을 살려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좀 더 탄탄하게 꾸려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표가 뽑은 직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VC 업계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은 대부분 남성인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인력구성이다. 

윤 대표는 “처음부터 여성 인력들로만 구성하겠다는 계획은 아니었는데 기존 VC에서 돌아가는 레거시를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들을 뽑게 된 것”이라며 “내년에는 직원 충원할 때, 다양성 또한 고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가 8월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든든한 백 MDM과 9인의 어벤져스

1974년생인 윤 대표는 지나온 경험들 속 맺어온 인연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은 뒤 파로스캐피탈, 마이다스에셋 대체투자, 신영증권 등을 거치며 주로 리서치, 딜소싱, 펀드운용 업무를 맡았다.

이후 윤 대표의 주된 경력은 2007년부터 근무한 슈로더그룹에서 쌓았다. 우선 윤 대표는 슈로더 아시아 주식투자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2014년부터는 슈로더코리아에서 코리아펀드 운용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2017년 슈로더캐피탈에서 코리아 PE/VC 본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산업은행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주현 회장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윤 대표의 경력은 VC 업무보단 주로 주식시장 내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문 회장은 이처럼 기업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보고, 투자해왔던 윤 대표의 경험을 좋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VC를 통해 우리나라 벤처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데 뜻이 맞았다. 또한 윤 대표는 문 회장의 벤처정신과 맨손으로 시작해 MDM그룹을 일군 과정을 후배기업가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고 한다.

신생 VC라면 겪는 자금조달의 문제도, MDM이라는 든든한 백 덕분에 비교적 쉽게 해결했다. 윤 대표는 “벤처캐피탈업계가 어려운 시기인데 저희는 매우 운좋게 시작을 한 것 같다”며 “좋은 딜을 소싱한 경우 그룹 쪽에서 앵커로 지원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카익투벤처스의 특별한 전략 중 하나인 ‘전문가팀’에서도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슈로더 근무 당시 윤 대표는 GLG, 가이드포인트와 같은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한 애널리스트였다. 이 서비스를 통해 윤 대표는 산업의 전문가와 미팅하고, 산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해당 경험을 토대로 카익투벤처스 내에도 9인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꾸렸다.

전문가팀은 모빌리티, 헬스케어, 반도체, 핀테크 등 다양한 방면의 기업 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카익투벤처스가 투자할 기업을 발굴해내는 과정에서 관련 산업, 기업에 대한 자문을 해주는 식이다. 또는 전문가가 직접 투자기업을 추천하기도 한다.

윤 대표는 “슈로더 근무 당시 전문가 서비스로 인연을 맺은 분을 카익투벤처스의 전문가 팀에 모시기도 했다”면서 “우리나라 다른 VC에는 없는 특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자문이라고 하면 그냥 이름만 올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정말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가 지난8월23일 서울 강남구 본사 사무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나는 그 날”

카익투벤처스가 처음으로 투자를 한 곳은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다. 당시 파두의 구주를 32억원어치 사들였다. 두 번째는 희토류 영구자석 전문기업 성림첨단산업 구주에 17억원을 투자했다. 

윤 대표는 “올해 2월, 팀을 꾸린지 3개월만에 여러 산업 스터디를 병행하면서 두개의 투자 건을 진행하는 동안 팀의 텐션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등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2월 말에 첫 두 딜을 클로징 한 뒤 직원들과 9명의 전문가팀이 다같이 모여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 회의하고 샴페인으로 서로 격려의 잔을 들었던 그 날은 다시 떠올려도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후 카익투벤처스는 디지털헬스 분야기업 블루엠텍에도 30억원을 투자해 현재는 총 3개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곧 추가로 2개딜을 클로징 할 예정이다. 카익투벤처스 팀이 중요시하는 투자전략 중 하나는 ‘탑 다운’ 방식이다. 회의실 한 쪽 벽에 붙은 종이에는 다양한 산업매핑과 각 산업 내 밸류체인에 위치한 회사들이 나열돼 있다. 미팅을 진행했던 기업에는 빨간색 별표를 달았다.

윤 대표는 “대체로 VC 업계에서의 투자는 심사역이 개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딜을 가져오는 ‘바텀 업’의 방식이 많다”면서 “카익투벤처스는 기업들을 펼쳐놓은 이 마켓지도 안에서 회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전방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지 등을 분석하면서 투자검토 대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회사 운영을 돌아보며 그간 프로젝트펀드로만 딜 검토를 하다보니, 좋은 기업을보고도 바로 투자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케이스들이 아쉽다고 말한다. 이에 카익투벤처스는 올해 하반기 3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프로젝트펀드 또한 올해 4분기 중 2건을 추가로 완료하면, 올해 계획한 윤 대표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아울러 윤 대표는 “저는 취임한 지 1년, 팀원들은 이제 10개월이 됐는데 그동안 상당히 빠른 러닝커브를 따라서 발전한 모습이 눈에 생생히 보인다”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며 매일매일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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