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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불황에 “모든 선택지 검토” 강수

[대수술 들어간 석유화학업계] ①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몸집 줄이기 ‘속도전’
“탄소중립 과제에 과감한 정리”…친환경 사업 확장 ‘관건’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간 위기 돌파의 ‘구심점’이었던 석유화학 사업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기존 사업 중 수익성 한계에 부딪힌 이른바 ‘한계 사업’으로 인식되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지만, 실제 내부에선 “대규모 공장을 매각하는 등 모든 선택지를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석유화학 사업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친환경 사업 확장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안팎에서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대수술’이 이뤄질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필름 사업 ‘역사 속으로’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기존 사업 중에 수익성이 나지 않는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사업 전환 속도를 올리고 있는 LG화학은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편광판 등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정보기술(IT) 필름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LG화학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LG화학은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 6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부진한 상황으로, 구조적인 공급 과잉 이슈가 겹쳐 시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LG화학의 경우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도 매각 대상에 올린 상황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 규모 1위 기업인 LG화학이 에틸렌 생산 공장 축소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완공된 LG화학 NCC 2공장은 연간 에틸렌 8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총 2조6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시설로, 이 공장을 통해 LG화학은 연간 300만톤이 넘는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다. 

LG화학뿐만 아니라 다른 석유화학업체들도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효성화학은 LG화학과 마찬가지로 필름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 대전공장을 폐쇄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해 초에 초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설비를, 2분기에는 중국 에틸렌옥시드(EO) 생산 설비를 각각 매각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롯데케미칼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은 올해 2분기에 매출액 5437억원, 영업손실 111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동남아 지역 증설 물량에 따른 공급 부담 및 수요 부진 지속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부진에 탄소 감축 ‘이중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에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와중에 탄소 감축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공정을 친환경 공정으로 탈바꿈시키거나 기존 사업을 대체할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친환경 사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그간에는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석유화학 사업 부진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사업 확장 등도 꾀해야 하는 만큼, 다소 과감하게 석유화학 사업 축소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이 친환경 사업 적자를 메꾸는 등 ‘효자 노릇’을 했지만,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석유화학 대수술에 돌입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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