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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에 현장 곳곳서 마찰…건설사 불안감 고조

[사면초가 건설업계] ②
물가·금리 오른 탓에 원자재·인건비 ‘고공행진’
주요 건설사 미청구 공사 규모↑…재무 부담 가중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악성 미분양 속출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에서 운송을 재개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의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부담 확대로 각 사업장에서 대금 지급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분양 시장 위축에 따른 악성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 미청구공사액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행사와 시공사 등 건설 사업자들의 원자재,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외상값’인 미청구공사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미청구공사채권)은 총 17조8944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4114억원) 대비 24.2%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건설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공사 진행률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만약 공정률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수주금액을 초과한 실제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미청구 공사로 반영된다. 

2022년 7월 2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올라도 너무 오른 원자재

실제 철근과 콘크리트,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값 상승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기초골재인 철근 가격은 지난 2020년 톤(t)당 60만6000원에서 2022년 113만4000원으로 8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은 6만4800원에서 7만3933원으로 14.1% 올랐고 시멘트는 6만8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35.3%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도 151.11로 전년 동월(143.74) 대비 5.1% 상승했다. 호황기였던 2021년 4월(126.14)과 비교하면 19.8% 상승한 수준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원자재와 인건비,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 역시 건설 사업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건설 사업장의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경우 전체 공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0%까지 급격히 인상하면서 건설 사업자들의 시공비용 자금조달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금리인상의 주택건설에 대한 영향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할 때 주택착공률은 약 7%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발 금리 인상 압박이 여전히 거센 상황이라 향후에도 금융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7월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0.25%포인트 인상한 5.25~5.50%로 운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작년 3월 시작해 올해 5월까지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 기간 인상폭은 5%p였다. 지난달 한 차례 동결했지만 이날 다시 금리를 올리기로 하며 11차례째 인상 결정을 내렸다.

3월 8일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발주처·시공사 갈등 속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전국적으로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사업장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시공비 갈등이 불거지며 공사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중단됐던 공사가 다시 진행되고 공사비 일부에 대해 양측이 합의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완화됐지만 1조원이 넘는 추가 시공비를 두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여파로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미청구공사액은 5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시공비 인상으로 갈등이 길어질수록 대금 지급 역시 늦어지기 때문에 건설 사업자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날 경우 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발주처가 건설사에 대금을 지급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이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총 9041호로 전년 동기 7388호 대비 22.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1992호, 지방이 7220호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6월 말 9399가구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9000세대를 유지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청구공사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방과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선 미청구공사액 역시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건설사들은 수익성 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쳐야 된다”며 “특히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재무적으로 취약한 만큼 미청구 공사액을 비롯한 미수채권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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