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하락장 못 버티네”…진땀 빼는 로보어드바이저
[‘하락장 속수무책’ 로보어드바이저의 위기] ①
RA 연환산 수익률, 올해 증시 상승률에 한참 못 미쳐
주요 RA업체들, 대표 교체 등 변화 시도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증시 호황기에 주목받던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RA서비스 업체들이 눈에 띄는 수익률을 내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어서다. 이에 RA업체들은 신사업에 발을 뻗거나 경영진을 개편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수익률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자산 사실상 제자리, 녹록지 않은 RA시장
RA란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이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산 관리서비스를 뜻한다. 각 RA업체들 고유의 알고리즘이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골고루 투자해 위험을 분산한다. RA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유행했지만, 국내에는 지난 2016년 처음 선보여졌다.
국내에서 RA가 각광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당시 주식시장이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RA 투자 수익률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월 1조46억9000만원 수준이던 RA 운용자산규모(AUM)는 2021년 12월 1조8424억4000만원으로 83.38%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RA업체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RA 투자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물론 국내 주식형 펀드가 평균 마이너스 20% 넘게 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RA 펀드는 한 자릿수 손실률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또한 올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RA 수익률은 이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3일 기준 코스피와 S&P500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13.97%, 16.68% 올랐지만, 같은 날 RA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4.49%에 그쳤다.
RA투자를 믿었던 서비스 가입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현준(가명·29)씨는 “RA투자를 시작한 2021년에는 6~7%의 수익률을 기록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당황스러웠다”며 “지인들처럼 직접투자를 했거나 예금을 해뒀으면 (수익률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 2월 RA투자 계좌를 정리하고 모두 현금화했다.
업계에서도 시장 상황 악화를 인정했다. 한 RA업체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이 증시 침체에 더해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는 현상까지 생겨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운용자산이 줄지는 않았지만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AUM은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RA AUM은 올해 7월 말 기준 1조9425억원으로 2021년 말 1조8424억원 대비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결국 RA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핀트의 운용사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은 지난해 293억25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266억8014만원 순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파운트의 순손실은 131억5641억원에서 117억373만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했다. 콴텍 또한 지난해 37억447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진 교체·신사업 진출 몸부림…“본질은 성과 개선”
이에 최근 RA업체들은 사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8월 디셈버앤컴퍼니는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유상증자를 포함한 매각 논의를 마무리했다. 재무 건전성 강화와 사업 확대를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비용 구조 개선과 신규 경영진 구성 작업도 완료했다.
파운트의 경우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으며 신사업에 도전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제1금융권 중심의 주담대 비교 견적을 대출수요자들에게 직접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콴텍은 앞서 8월 외부에서 새로운 대표를 영입했다. 기존 이상근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상근-김한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김 대표는 경영부문을 맡고, 이 대표는 개발 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RA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업의 성과 개선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가시적인 수익률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업체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건 국내 RA 앞날 자체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스스로 말한 셈”이라며 “중장기적인 자산관리 성과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RA는 편향성이 없어 장기적 관점에선 좋은 투자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 개인 투자자 수준의 로보어드바이징은 큰 의미가 없다. 비용을 들여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해 기관 투자를 겨냥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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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자산 사실상 제자리, 녹록지 않은 RA시장
RA란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이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산 관리서비스를 뜻한다. 각 RA업체들 고유의 알고리즘이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골고루 투자해 위험을 분산한다. RA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유행했지만, 국내에는 지난 2016년 처음 선보여졌다.
국내에서 RA가 각광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당시 주식시장이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RA 투자 수익률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월 1조46억9000만원 수준이던 RA 운용자산규모(AUM)는 2021년 12월 1조8424억4000만원으로 83.38%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RA업체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RA 투자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물론 국내 주식형 펀드가 평균 마이너스 20% 넘게 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RA 펀드는 한 자릿수 손실률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또한 올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RA 수익률은 이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3일 기준 코스피와 S&P500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13.97%, 16.68% 올랐지만, 같은 날 RA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4.49%에 그쳤다.
RA투자를 믿었던 서비스 가입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현준(가명·29)씨는 “RA투자를 시작한 2021년에는 6~7%의 수익률을 기록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당황스러웠다”며 “지인들처럼 직접투자를 했거나 예금을 해뒀으면 (수익률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 2월 RA투자 계좌를 정리하고 모두 현금화했다.
업계에서도 시장 상황 악화를 인정했다. 한 RA업체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이 증시 침체에 더해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는 현상까지 생겨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운용자산이 줄지는 않았지만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AUM은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RA AUM은 올해 7월 말 기준 1조9425억원으로 2021년 말 1조8424억원 대비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결국 RA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핀트의 운용사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은 지난해 293억25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266억8014만원 순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파운트의 순손실은 131억5641억원에서 117억373만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했다. 콴텍 또한 지난해 37억4478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진 교체·신사업 진출 몸부림…“본질은 성과 개선”
이에 최근 RA업체들은 사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8월 디셈버앤컴퍼니는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유상증자를 포함한 매각 논의를 마무리했다. 재무 건전성 강화와 사업 확대를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비용 구조 개선과 신규 경영진 구성 작업도 완료했다.
파운트의 경우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으며 신사업에 도전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제1금융권 중심의 주담대 비교 견적을 대출수요자들에게 직접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콴텍은 앞서 8월 외부에서 새로운 대표를 영입했다. 기존 이상근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상근-김한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김 대표는 경영부문을 맡고, 이 대표는 개발 부문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RA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업의 성과 개선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가시적인 수익률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업체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건 국내 RA 앞날 자체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스스로 말한 셈”이라며 “중장기적인 자산관리 성과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RA는 편향성이 없어 장기적 관점에선 좋은 투자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 개인 투자자 수준의 로보어드바이징은 큰 의미가 없다. 비용을 들여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해 기관 투자를 겨냥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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