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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대신 건강한 ‘쌀’ 먹어요” ‘글루텐 프리 식품’ 쟁탈전

[밥그릇 넘어선 ‘쌀’] ②
건강한 식품 소비 추구 ‘헬시 플레저’ 트렌드 확산
식품업계, 쌀 활용한 글루텐 프리 식품 출시 활발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밀가루를 고르는 시민.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정부의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국내 식품사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100% 국산 쌀을 활용해 술을 빚거
나, 쌀로 만든 음료들을 개발하고 빵부터 맥주·라면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쌀을 활용한 제품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시장의 확장과 맞물린다. 최근 건강한 소비를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밀가루 대신 건강한 쌀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건강·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글루텐 논란이 있는 밀가루 빵의 대체재로 쌀 가공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와 기타 양곡 소비 증가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쌀을 원료 또는 재료로 가공한 쌀 가공품은 점점 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쌀 가공식품 소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롯데웰푸드가 만든 ‘더쌀로’ 제품. [사진 롯데웰푸드]

밀가루 빵 대체재로 ‘쌀’ 가공식품 낙점


식품업계도 제품에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넣으며 쌀 가공식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9월 글루텐이 함유된 밀가루를 사용
하지 않는 ‘글루텐 프리’ 쌀 간식 통합브랜드 ‘더(The)쌀로’를 론칭했다.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브랜드명을 ‘더쌀로’로 정했다. 더쌀로 브랜드의 첫 출시 제품은 ‘더쌀로 바삭한 핫칠리맛’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맛과 함께 토마토 맛이 나고, 쌀과자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롯데웰푸드의 측의 설명이다.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거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20ppm 이하)으로 만들면서, 대기업 최초로 한국 글루텐 프리 인증(KGFC)도 획득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2월 더쌀로 두 번째 제품인 사르르한 새우맛을 선보이는 등 쌀로 만든 글루텐프리 제품을 지속 개발해 더쌀로 브랜드의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삼양식품은 지난해 출시한 ‘짜장라면’에 가루쌀을 첨가해 글루텐프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초코과자 ‘오예스’에 가루쌀을 첨가해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는 ‘저당 쌀가루 이용 기술’을 개발하고, CJ제일제당은 ‘쌀가루 노화 지연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청정원은 ‘가볍고 건강하게 즐기는 콩담백면’을 리뉴얼 출시했다. 밀가루 대신 두유로 만든 두부면으로 칼로리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리뉴얼한 ‘콩담백면’은 사리면 1인분(150g) 기준 ▲30㎉ ▲당류 0% ▲글루텐 프리 ▲케토(KETO) 인증) 제품(1인분 기준 탄수화물 함량 9g 미만)으
로 당뇨 환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림은 국산 쌀을 함유해 면의 식감을 높인 ‘닭육수 쌀라면’ 2종을 출시하고, 하반기 라면 시장 확장에 나섰다. 하림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통해 쌀 소비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 쌀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는 이점이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인증과 관련된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며 “국내 쌀 산업이 고도화해 있기 때문에 인증이 확산되면 향후 해외에서 한국산 글루텐프리 식품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사진 연합뉴스]

“글루텐 프리 제품, 오히려 당뇨와 비만 위험 높여” 지적

다만 글루텐 프리 식품을 건강식이나 다이어트식으로 여겨, 건강과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고 여기는 것을 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성 소화 장애나 글루텐에 알러지 등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일반인이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당뇨와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글루텐 프리 식품은 글루텐 성분을 대체하고자 귀리·쌀·감자·옥수수 전분 같은 탄수화물로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100%에 가까운 탄수화물 함량을 이루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고함량으로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철·칼슘·티아민·리보플라빈·나이아신·엽산 등의 영양소 부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과 영양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섭취할 경우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이룬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루텐 프리 제품은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라며 “밀가루 음식의 칼로리가 높은 이유는 글루텐이 아닌 버터나 설탕 때문인데 관련 제품 섭취시 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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