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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횡령 터졌어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

7년 간 은행 횡령금액 1512억원
금융권 전체 규모의 62.9% 차지
“해고 조치 등 중징계 비율 타 업권 중 가장 낮다”

검찰이 BNK경남은행에서 거액의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투자금융부장 이 모(51)씨 은신처에서 압수한 가방 속 현금. [사진 연합뉴스/서울중앙지검]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최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BNK경남은행 3000억원대 횡령사고를 비롯해 금융권 횡령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피해 복구를 위한 조치 미흡과 과도한 제 식구 감싸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전체 금융업권 중 은행권은 횡령액 1위·횡령액 미회수율 1위(대부 1건 제외)·횡령 관련 고발(고소) 건수 최저 등을 기록했다. 양 의원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지난 7년 동안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2405억원에 달했다. 

이 중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금액이 1512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62.9%를 차지했다. 최근 발생한 BNK 경남은행 횡령사고 규모가 정확히 밝혀지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횡령건수도 전체 381건 중 115건이 은행권에서 발생해 166건을 기록한 상호금융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은행권은 상호금융권과 더불어 7년 연속 횡령사고가 발생해 불명예를 안았다.

은행들이 이들에 내린 내부징계 조치는 다른 업권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6건의 내부징계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처분인 ‘해고’ 조치는 단 91건(48.9%)에 불과했다. 상호금융(93.4%), 보험(94.4%), 증권(78.6%)에 비해 매우 낮았다. 

특히, 은행에서는 비교적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14.0%) ▲견책(13.4%) ▲경고(14.5%) ▲주의(5.4%) 조치가 전체 징계의 46.3%를 차지했다. 양 의원은 횡령사고를 저질렀지만 업무에서는 배제하지 않는 ‘제 식구 감싸기’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덮어 주기 징계 조치는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고소) 건수에서도 잘 드러났다. 횡령사고 186건 중 외부 수사기관에 고발(고소)한 건수는 73건(39.2%)에 그쳤다. 

타 업권과 비교해 고발(고소)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는 은행권이 유일했다.

양 의원은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는 국정감사는 물론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되었지만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은행들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횡령사고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예방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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