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료 단계적 인상 추진…‘2차 자구안’ 어떤 내용 담길까
[머나먼 한전 정상화의 길]①
정부 ‘선 자구책·후 요금인상’ 기조에도
적자 해소하려면 전기료 인상 불가피
희망퇴직·추가 자산 매각 등 다각적 고려
김동철 사장 “지금껏 상상못한 규모 대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부채가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전기를 팔아 밑지는 장사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다. 한전은 지난 5월 발표한 25조원 규모 자구책에 추가적으로 2차 자구안을 발표해 적자 고리를 끊겠다는 계획이지만, 전기료 인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빚 돌려막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문제는 정부가 ‘선(先) 자구책·후(後) 요금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 이후로 예정된 한전의 추가 자구책 강도가 전기료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지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눈덩이 적자’에도…전기료 못 올리는 한전
‘처음’ ‘최초’ ‘최악’의 수식어가 나부낀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실적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처음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기록했고, 별도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만큼 한전의 현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6조7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4조4172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상반기 순손실이 반영되며 -1조7287억원으로 감소하며 결손금으로 기록됐다. 2020년말 35조6683억원에 달하던 한전 이익잉여금이 2년 6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한전의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96년 한전이 관련 공시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수력수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사를 포함한 한전의 연결기준 부채는 200조원을 훌쩍 넘겼다. 한전의 상반기말 연결 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92조8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불어났다.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한 건 사상 최초다.
한전의 누적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전 역시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에 시행하면서 올해 기준 연료비를 킬로와트시당 45.3원 올리기로 했는데 (현재 수준은) 이것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질수록 국민 경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며 “올해 인상한 기준연료비 19.4원을 제외한 25.9원의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인상폭이 국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kWh당 25원 인상) 정도의 인상률은 국민 경제가 감당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전제된 이후에 그런 숫자를 논의하고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올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1㎾h(킬로와트시) 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이로써 10월 현재는 동결된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분기 중에도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정부와 한전의 ‘엇박자’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큰 폭의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희망퇴직·추가 자산 매각 논의
한전은 정부의 ‘선 자구책·후 요금인상’ 요구에 이달 중 2차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국감에 앞선 업무보고에서 “전기요금은 잔여 인상 요인을 반영한 단계적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체계를 마련해나가겠다”며 “정부 당국으로서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국민에 돌아가니 수용성을 높이려면 한전 스스로 일정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단 뜻”이라고 밝혔다.
가장 유력한 안은 희망퇴직이다. 한전이 이번에 희망퇴직을 추진한다면 지난 2009년 이후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이 될 전망이다. 올해 5월 간부직이 반납한 올해 임금 인상분이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전은 2직급(부장급) 이상은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을, 3직급(차장급)은 절반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희망퇴직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의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탓이다. 실제 한전의 상반기말 인건비 등을 포함한 판관비는 7258억원으로, 전체 매출(19조6225억원)의 3.70%에 불과하다. 결국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파는 판매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희망퇴직의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산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전은 올해 5월 보유 중이던 44개 자산을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당시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과 한전 아트센터 등 10개 사옥의 임대 추진 계획이 포함된 바 있다. 여기엔 요르단 소재 가스복합발전소와 풍력발전소 등 해외 자산 매각도 함께 담겼다.
김 사장은 “추가 자구 노력의 규모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효율화하는 등 금액으로 환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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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가 ‘선(先) 자구책·후(後) 요금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 이후로 예정된 한전의 추가 자구책 강도가 전기료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지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눈덩이 적자’에도…전기료 못 올리는 한전
‘처음’ ‘최초’ ‘최악’의 수식어가 나부낀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실적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처음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기록했고, 별도기준으로도 사상 처음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만큼 한전의 현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6조7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4조4172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상반기 순손실이 반영되며 -1조7287억원으로 감소하며 결손금으로 기록됐다. 2020년말 35조6683억원에 달하던 한전 이익잉여금이 2년 6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한전의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96년 한전이 관련 공시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수력수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사를 포함한 한전의 연결기준 부채는 200조원을 훌쩍 넘겼다. 한전의 상반기말 연결 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92조8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불어났다.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한 건 사상 최초다.
한전의 누적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전 역시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에 시행하면서 올해 기준 연료비를 킬로와트시당 45.3원 올리기로 했는데 (현재 수준은) 이것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질수록 국민 경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며 “올해 인상한 기준연료비 19.4원을 제외한 25.9원의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인상폭이 국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kWh당 25원 인상) 정도의 인상률은 국민 경제가 감당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전제된 이후에 그런 숫자를 논의하고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올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1㎾h(킬로와트시) 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이로써 10월 현재는 동결된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분기 중에도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정부와 한전의 ‘엇박자’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큰 폭의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희망퇴직·추가 자산 매각 논의
한전은 정부의 ‘선 자구책·후 요금인상’ 요구에 이달 중 2차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국감에 앞선 업무보고에서 “전기요금은 잔여 인상 요인을 반영한 단계적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체계를 마련해나가겠다”며 “정부 당국으로서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국민에 돌아가니 수용성을 높이려면 한전 스스로 일정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단 뜻”이라고 밝혔다.
가장 유력한 안은 희망퇴직이다. 한전이 이번에 희망퇴직을 추진한다면 지난 2009년 이후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이 될 전망이다. 올해 5월 간부직이 반납한 올해 임금 인상분이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전은 2직급(부장급) 이상은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을, 3직급(차장급)은 절반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희망퇴직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의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탓이다. 실제 한전의 상반기말 인건비 등을 포함한 판관비는 7258억원으로, 전체 매출(19조6225억원)의 3.70%에 불과하다. 결국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파는 판매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희망퇴직의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산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전은 올해 5월 보유 중이던 44개 자산을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당시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과 한전 아트센터 등 10개 사옥의 임대 추진 계획이 포함된 바 있다. 여기엔 요르단 소재 가스복합발전소와 풍력발전소 등 해외 자산 매각도 함께 담겼다.
김 사장은 “추가 자구 노력의 규모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효율화하는 등 금액으로 환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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