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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명가’였는데…키움증권, 손실보다 더 아픈 이미지 훼손

[몸살 앓는 키움증권…돌파구 찾을까] ②
자사주 매각 했지만 효과는 글쎄
라덕연-영풍제지 사태로 대외신인도 바닥

키움증권이 지난 2021년 3월 29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타워에 '서학개미'를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사진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리테일 명가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리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또 다시 대형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개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렸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신뢰도가 실적으로 직결되는 리테일 사업 특성상 키움증권이 이미지는 물론 실적마저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최근 자사주 700억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해 발생한 두 건의 주가조작 사태로 실추된 신뢰도 회복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5일 미래에셋증권과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며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2024년 4월 24일까지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조작과 관련해 “투자자가 안전하고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더욱 강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조직 개편 및 전문인력 확충을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신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훼손 정도가 너무 커 단기간 내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주가조작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키움증권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와 키움증권의 대응력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기평은 지난달 23일 보고서를 통해 “키움증권의 추정 반대매매 물량이 총 상장주식 수의 35% 내외 수준으로 평균 시장거래량 대비 과도하게 많아, 거래재개 후 동사의 반대매매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최초 하한가를 기록한 18일 1회 포함, 누적 4연속 하한가가 발생할 경우 최종 손실규모는 약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신평도 “이번 사태의 미수금 규모는 키움증권의 2023년 상반기 영업이익(별도 기준 4955억원) 규모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키움증권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고금리의 장기화 우려가 제기되는 등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증시 시황도 악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수익규모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 연합뉴스]


신용평가사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키움증권의 리테일 사업 의존도다. ‘리테일 명가’로서 큰 명성을 날렸던 것이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현 상황에선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기평은 “키움증권은 영업순수익 중 위탁매매부문의 비중이 60~80% 수준으로 수익구조상 리테일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평판자본 훼손에 따른 영업위축 시 영업순수익 점유율이 하락하며 시장지배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당 사건이 CFD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단기간 안에 재발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예상된다”며 “키움증권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이 중장기적으로 평판자본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신평도 “키움증권의 최근 3개년 평균 순영업수익 대비 수탁수수료 비중은 58.9%로 국내 증권사 평균(31.7%)을 크게 상회한다”며 “이번 사태의 파급효과가 위탁매매 점유율 하락, 이자수익 축소 등으로 이어진다면 회사의 중장기적 이익안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풍제지 시세조종 일당은 키움증권의 40% 증거금을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는 ‘미수거래’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 투자자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실제 결제일인 2영업일 뒤 결제감을 갚는 외상거래를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상승시킨 것이다. 

실제 영풍제지 주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올해 초부터 10월 17일까지 약 730% 올랐다. 이에 거래소는 7·8월 두차례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고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 폭락으로 100여개 고객 계좌에서 약 4943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키움증권이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위험 종목들에 대한 증거금률을 상향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18일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올 초부터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사실상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세력에 편의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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