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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전망이 2금융권 PF 부실 키운다”

[혼돈의 한국 경제] ④
한기평 황보창·윤희경·정효섭 연구원 인터뷰
“업계 전반에 부동산 상승 기대 팽배”
“부실 인식하고 상각 처리 적극 나서야”

왼쪽부터 정효섭 한기평 금융2실 책임연구원, 유희경 금융1실 수석연구원, 황보창 금융1실 연구위원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대한민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제2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PF 안정화 펀드 조성과 공적 보증 등 정부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PF 부실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금융업권 부동산PF리스크 점검 리포트를 통해 제2금융권의 PF 규모와 위험도(리스크) 분류 방식을 명확히 제시한 한국기업평가 정효섭 금융2실 책임연구원과 윤희경 금융1실 수석연구원, 황보창 금융1실 연구위원은 현재의 PF 위기가 지나친 부동산 낙관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가 PF 부실을 인식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부동산이 상승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처분보다는 버티기를 택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 베스트리포트 부문 인터뷰에서 “PF 부실을 인식하고 상각 처리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부동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 적극적으로 손실을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연구원도 “캐피탈 역시 일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충당금 적립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지난 6월말 결산 보면 (증권사의 PF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간) 만기 불일치가 일부 확인됐다”며 “낙관적으로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SRE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인한 신용 리스크가 가장 큰 업종으로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선정됐다. PF 부실 채권 규모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져 해결이 요원하다는 평가다. 

부실 PF는 경제위기 뇌관

연구위원들은 제2금융권이 부실 자산에 대한 상각처리를 비롯한 적극적 대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부동산 상승을 기대하고 상각 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추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이 늘었다.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지난 3월 말 2.01%와 비교해 0.16%포인트(p) 상승했다. 작년 말(1.19%) 대비로는 1%p 오른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업계가 현재 사업성이 좋은 채권을 중심으로 매각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실 채권만 남아 근본적인 대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PF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식에는 신규 대출 중단과 자산 매각, 부실 인식 후 상각처리 등 세가지 방법이 있다”며 “PF를 어떻게 줄여 나갈지,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내년 PF의 만기가 대부분 도래한다”며 “공적 보증이나 PF정상화 펀드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타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부실 PF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지 않을 경우 타업종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증권사의 경우 PF에 대한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위기 발생 시 타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지난해 단기자금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증권사의 PF 익스포저가 발생한 것은 보증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대응력 저하가되기 시작하면 PF 전반에 유동화 의심이 퍼져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해 타업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자금경색이 재현되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진단 후 선제적 대응 나서야

PF 위기를 보다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제순위 등 세부적인 리스크 데이터를 분석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역시나 데이터 확보가 가장 아쉬웠다”며 지난해 보다는 업종 데이터 확보는 수월했으나 업종 간 데이터 비교가 가능하게 통일이 됐으면 조금 더 많은 부분을 분석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위원들은 PF 위기론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리스크 총량 파악했다면 팔로우업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손실이 있을지 가늠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이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기평이 지난 9월 26일 발간한 금융업권 부동산PF 리스크 점검 리포트는 34회 SRE 베스트리포트 부문에서 전체 복수응답 327표(응답자 176명, 15개 베스트리포트 후보 가운데 최대 2개 복수응답) 중 60표(18.3%)를 받으며 베스트 리포트 1위에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금융1실 김태현 실장, 황 연구위원의 금융업권 부동산PF리스크 점검I(저축은행) ▲금융2실 이창원 실장, 정 책임연구원의 금융업권 부동산 PF리스크 점검II(증권) ▲금융1실 김태현 실장, 윤 수석연구원의 금융업권 부동산 PF리스크 점검Ⅲ(캐피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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