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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성공의 조건[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수도권 규제를 다시 생각한다] ③
메가시티 성공은 ‘몸집 불리기’ 아닌 경제력과 거버넌스 확충
소득만 높아서는 좋은 도시 아냐…환경 고려한 지속가능성 중요

9월 17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일대.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김포의 서울편입으로 촉발된 ‘메가시티’ 논란이 확산되며 많은 국민들이 메가시티라는 단어를 연일 뉴스에서 듣는 상황이다. 메가시티는 생활과 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명 이상이 생활하는 거대 도시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자연발생한 도시의 인구가 1000만명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메가시티들은 인근 도시들과 통합해 도시 영향권을 확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가시티로의 통합은 단순 행정적 통합보다는 교통망과 기반시설 확대를 통해 대도시와 주변 도시를 긴밀히 연결해서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개념은 단순하지만 실제 메가시티의 작동원리나 구체적인 도시 행정구조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메가시티, 도시 영향권 확대…기반시설 등 지역 경쟁력 강화

메가시티는 어떻게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을까? 이는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도시들은 자국 내 도시뿐만 아니라 인구규모가 큰 국가들의 도시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도시 경제력이 자리한다.

일반적으로 도시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도시화율이 90%를 넘은 선진국 도시들은 규모의 경제만큼 규모의 불경제(너무 규모가 커서 발생하는 외부효과)도 만만치 않다. 녹색경제나 탄소경제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좋은 도시는 아니다.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래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들은 이제 양적 확대보다 질적 확충에 집중한다. 단순 몸집 불리기보단 인재와 혁신기업을 끌어들이는 힘과 효과적인 네트워크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국내 대도시권의 경제력과 지속가능성은 어떠한가? 산업화 초기 우리나라 성장을 이끌었던 대규모 제조공장들은 해외로 터전을 옮긴 지 오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소득증대보다 더 큰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

요즘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는 점원들이 사라지고 키오스크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어떤 식당은 주문과 나르는 일도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대체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구입하는 밀키트보다 더 맛있거나 특별하지 않으면 굳이 식당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단순히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취직이 가능했던 시대도 끝났다. 설사 취업이 돼도 높은 집값과 물가로 생활이 여유롭지 않다. 취업과 여유로운 생활이 보장돼도 노후가 두려운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까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던 공장, 숙련된 기술자, 고등교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도시는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은 더 새로운 아이디어, 지식, 기술의 생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규모 도시들은 고도로 숙련된 인재들과 혁신기업 유치에 더 매진한다. 

메가시티 성공, 관건은 소프트웨어

아직도 기업유치가 먼저냐, 혁신인재가 먼저냐를 두고 논란이 치열하다. 혁신인재들이 많이 몰려 있는 도시(대학·연구소 등)에 기업을 유치하기 용이하다는 주장과, 기업이 유치되고 나면 이러한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이론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성공한 글로벌 도시들의 사례를 봐도, 명확한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성공한 글로벌 도시들은 혁신기업과 인재가 몰려있고, 그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지식을 재생산 및 전파하면서 도시를 먹여 살리고, 도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대도시간 기업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처음에는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업은 급변하는 세계경제와 국제 기준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른 인재 요건이나 생산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 필수조건이 된 셈이다.  

그러나 도시는 늘 이런 대응력이 느린 편이다. 도시가 기업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할 때 기업은 언제든지 그 도시를 떠난다. 기업유치를 위한 인프라 건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도시간 이동속도를 높이면 지역격차가 해소될 줄 알았다. 고속열차 개통이 그랬다. 그러나 고속열차가 개통된 직후 지방도시들은 오히려 수도권으로 인구가 더 많이,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했다. 

일명 빨대효과(컵의 음료를 빨대로 빨아들이듯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집중 현상)로 더 큰 양극화와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야기됐다. 수도권에 기업과 사람이 몰릴수록, 지방도시에 인프라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힘을 받았고 명분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젠 물리적 환경이 아니다. 기업이 제공받는 인력들의 수준과 숙련도, 그런 혁신인력들이 머무를 만한 매력적인 주거지와 교육환경, 가치소비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업공간, 건강한 인생을 위한 친환경적 도시환경 등 도시의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해졌다.

저임금 노동자를 통해, 대량생산으로 수익을 거두던 기업구조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분야에 몰두한다. 인력 투입없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만 잘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오히려 조금 늦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메가시티 전략을 단순 인구의 몸집 불리기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둘러싼 경쟁, 물리적 하드웨어를 건축하는 데만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집값도 비싸고, 공기도 좋지 않은 서울에 머무르려고 할까. 주차도 어렵고 규모도 크지 않은 작은 가게가 즐비한 홍대와 연남동에는 왜 젊은이들이 몰릴까. 왜 혁신기업들은 판교에 입주하려 할까. 메가시티 전략에는 반드시 이런 이유들이 포함돼야 한다. 더불어 지금의 수도권 규제가, 우리의 노동·교육정책이 이런 메가시티 성공에 적합한지를 묻고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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