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복잡해진 매각 ‘셈법’…새 주인 찾기 험로 예고
SK스퀘어, 29일 FI 지분 콜옵션 포기
실적 부진에 한 차례 매각 시도 불발
‘알리바바’, ‘아마존’ 등 새 주인 거론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SK그룹이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갈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11번가는 매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서지만, 현재는 SK스퀘어와 FI들이 서로 책임지기 싫어하는 처지로 전락하면서 향후 매각 작업이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3%)까지 한꺼번에 제 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1번가의 운명이 SK에서 FI로 넘어간 것이다.
앞서 지난 2018년 당시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지분 18.18%를 넘기고 5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패 시, 연이율 3.5%가 붙은 5500억원에 FI 지분을 다시 사오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 데다 굵직한 경쟁사들이 장악하는 상황에서 빠른 ‘손절’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뒤따른 것이다. SK는 아마존과 제휴를 통해 11번가 살리기에 나섰지만 쿠팡, 네이버의 양 강 체제로 굳어진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상장과 매각도 무산됐다.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조건으로 50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어려운 경영 여건 등으로 상장 계획을 접었다.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 매각 협상도 중단했다.
결국 새로운 투자자나 지분 인수 희망자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11번가는 2017년 한때 시장 1위를 차지할 만큼 1세대 오픈마켓의 대표 주자였지만, 갈수록 세분화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큐텐과의 협상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3분의 1 수준인 약 1조원에 불과했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이미 한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된 11번가를 높은 값에 사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최근 3년(2020~2022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910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해 손실 폭은 14.1%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1번가는 2018년 창립 이후 처음 희망퇴직에 나서기도 했다.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현재 11번가의 새 주인으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미국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 등이 거론되고 있다. SK스퀘어가 큐텐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 전 9월까지 두 기업도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매각 결렬과 추후 협상 대상자에 대해 11번가 측은 “아직 확인된 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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