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RL 성공적 안착 위해선 양질 데이터 확보해야”
[XBRL 시대 개막]③
이형남 딜로이트 안진 XBRL센터장 인터뷰
“데이터 따라 결과 상이…참여자 노력 필요”
“투자자 의사결정 효율성 제고에 긍정적”
“코리아디스카운트 일부 해소 기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국제표준 전산언어)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데이터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 참여자들의 표준 택소노미(Taxonomy, 분류체계) 준수와 이를 토대로 한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돼야만 XBRL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형남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본부 XBRL센터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XBRL이 안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 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면 정보이용자들은 기업이 공시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내용으로 이해하고 정보를 소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XBRL 데이터 추출 방법에 따라 가치 있는 정보가 생성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정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개인들의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고 XBRL 공시 정보 활용의 주체가 공시 안정화와 재무정보 이용자들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XBRL은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을 기반으로 복잡한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생성, 교환,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기업 보고용 국제 표준화 언어다. XBRL을 적용하면 다른 용어로 표기된 같은 항목에 동일한 태그(Tag)를 부여하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가 가능하다.
해당 ‘태그’는 금융감독 기관이 제시한 택소노미에 따라 구분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분기 보고서 본문부터 금융업 상장사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사까지 XBRL을 확대 적용했다.
이 센터장은 XBRL을 통해 추출된 양질의 데이터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라며 “XBRL은 의사결정에 굉장한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XBRL 기반 데이터는 회사가 10개든 100개든 한 번에 데이터를 불러와 간단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며 “XBRL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다량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XBRL 도입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XBRL이 국내 기업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줄 것이란 기대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국내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재무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사유로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정보공시 제도 개선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XBRL이 상장사의 자산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데다가 범위도 상장사로 한정되다 보니 국내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영문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주석에 XBRL이 도입되더라도 국문 텍스트가 태깅돼 있는 경우 영문 자동 변환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일부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XBRL 도입은 새로운 기회
이 센터장은 XBRL 도입이 회계법인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XBRL 도입된 이후에는 XBRL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시장이 열릴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재무정보의 공시 자문시장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중장기적으로는 XBRL의 영역이 비재무정보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IFRS를 적용하지 않는 K-GAAP 적용 회사를 대상으로 XBRL이 확대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재무 정보에 대한 XBRL이 도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센터장은 딜로이트 안진이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XBRL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만큼 차별성과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실제 딜로이트 안진은 4대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국내 주요 XBRL 택소노미(Taxonomy, 분류체계) 프로젝트인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기업의 XBRL 프로젝트도 처음으로 진행했다. 과거부터 XBRL 데이터 공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인력을 집중 육성, 관리해 왔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재무공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XBRL 공시를 위해 딜로이트 안진 XBRL센터는 기업 고유의 공시내용과 규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품질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빅4 회계법인 중 유일한 데이터분석팀과의 협업을 통해 XBRL 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되는 재무제표 서식(DSD파일)과 XBRL 재무제표의 정합성 검토 솔루션을 통해 기업 공시의 완전성을 높이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딜로이트 안진을 XBRL 공시 자문 파트너로 선정한 많은 기업들이 공시부담이 크게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정보이용자로서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의뢰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석 확대 도입 기대감↑
끝으로 이 센터장은 현재 본문에만 적용된 XBRL이 향후 주석까지 확대 도입되면 재무제표 활용도가 극대화될 것으로 봤다. 표준 택소노미에 입각한 XBRL이 방대한 주석의 바다에서 등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설명이다.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주석에도 XBRL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실제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재무제표 주석 공시는 XBRL로 제공하지 않아, 회계정보 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령 투자자들이 기업의 충당부채에 관심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A기업은 재무상태표에 충당부채를 별도로 공시하고 있고, B기업은 재무상태표에 기타부채라는 항목으로 다른 부채와 함께 충당부채를 묶어서 공시한다면 재무제표 본문만으로는 두 기업의 충당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두 기업 모두 충당부채를 본문에 공시한다고 하더라도 충당부채의 주석 정보를 확인해야만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XBRL이 적용된 주석을 활용하면 벤치마킹 대상 기업과의 금액이나 비율등의 단순 비교도 가능하고 시계열 변동 분석도 손쉽게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XBRL을 이용한 분석결과를 유의미하게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데이터의 진실성은 물론 재무제표 본문에 표시되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 공시내용을 활용하면 다양한 목적에 맞는 재무정보의 분석이 가능해지게 된다”며 “주석에 XBRL을 적용하게 되면 본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활용도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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