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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선진국 공매도 제도…해외서 배울 점은?

[공매도 금지, 남은 과제는]②
비중 큰 외인‧기관 담보비율 조정해야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는 낮아

나라별 공매도 제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최근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선진화하겠다는 명분으로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다. 현재 대다수의 선진국은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이에 선진국 제도의 현황을 파악해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담보비율 하향조정…美‧日 상황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공매도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공매도 개선안에 대해선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한투연은 공매도 제도 개선사항으로 일본처럼 담보비율을 130%로 통일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공매도 거래 제도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제공해야 하는 ‘담보비율’이다. 

이번 공매도 개선안에 따르면 대주 담보비율은 대차와 동일하게 기존 120%에서 105%로 인하된다. 기관은 주로 다른 기관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차 거래로, 개인은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 거래로 공매도를 한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담보비율을 기관·외국인 기준에 맞춰 인하한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공매도 규제 흐름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국가의 경우 공매도 담보비율을 각 시장참가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기도 하다.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에 따라 담보비율을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금융당국만 105%라는 낮은 담보비율을 정해 강제하는 셈이다. 

공매도 담보비율은 개인투자자의 장벽을 낮출 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번 담보비율 완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소다. 담보비율을 설정한 나라를 살펴보면 일본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30%이며, 미국은 150%이다.  

공매도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외국인과 기관의 장벽을 높여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줄어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은 “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거의 99%, 개인은 불과 1% 내외”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담보 비율을 조정해, 1%의 효과를 보자고 수선을 떨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에 적용되는 담보비율 일본과 같은 수준인 130%로 올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를 했다”면서 “(이 수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원하는대로 방향을 좀 잡아줘야 되는데, 현재는 거꾸로 외국인‧기관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 연합뉴스]

낮은 처벌 수위…“범죄욕구 상실토록 강화해야”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하지만 제재수위는 천차만별이다. 처벌 강도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2021년 4월부터 불법 공매도를 시도한 이에게 1년 이상 30년 이하(가중 시 50년 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 같은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또한 지난 3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과징금은 38억7400만원이다. 오스트리아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이 2021년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1만744주(251억원어치)를 무차입 공매도했다가 적발돼 과징금을 물은 사례다. 

이에 비해 미국은 무차입 공매도에 500만달러(약 65억원)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한다. 벌금은 부당 이득의 10배로 매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벌금에 상한선을 두고 있지 않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공매도 규정 위반 시 각각 50만유로(약 7억원), 200만유로(약 28억원)씩 벌금을 책정한다. 다만 일본의 경우 불법 공매도 처벌로 30만엔(약 288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약하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공매도 피해가 가장 심한 나라인데 그 처벌 수위는 밋밋한 수준”이라며 “범죄 욕구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 정도로 징역 20년 형 30년 형이 되도록 법이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재산권 침해는 국가적인 중대 이슈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2배, 3배, 10배까지 형량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편, 다른 일부 국가들도 공매도를 금지했던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지금은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에서 공매도 금지가 많이 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한국의 특이한 상황 때문에 (공매도 금지가) 일어난 걸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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