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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소비자 기만…돈 돌려받는 ‘멜론 중도해지’ 숨겼다 덜미

제도 충분히 알리지 않아 문제…공정위, 과징금 1억원 부과
소비자 해지 신청 일괄 ‘일반’ 처리…FAQ서도 잘못 안내
공정위 “정보 은폐·누락·축소해 기만적…소비자 속인 것”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로고.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중도해지 신청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9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멜론은 현재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이런 사업 운영 방식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의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카카오가 멜론 중도해지 제도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행위가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카카오는 멜론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카카오톡 앱에서 정기결제형 음악감상전용이용권 등을 판매했다. 소비자가 ‘일반해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고지하고 있으나, 중도해지에 관해선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중도해지는 이용권 구입 금액에서 이미 이용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반면 일반해지는 이용 기간 만료까지 계약이 유지된 후 종료된다. 결제한 음원서비스 이용 금액은 환급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음원서비스 이용권은 ‘이용 기간’과 ‘정기 결제’ 여부에 따라 ▲정기결제형 ▲기간만료형으로 구분된다. ‘정기결제형’은 이용자가 등록한 결제 수단을 통해 월 단위로 이용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용 기간이 자동 갱신되는 방식이다. ‘기간만료형’은 이용 가능 기간이 만료되면 서비스 이용이 종료되는 서비스 유형이다.

정기결제형 음원서비스 이용권을 구매한 소비자는 계약상 ▲일반해지 ▲중도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두 방식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환금액은 물론 이용 기간 모두 달라진다. 공정위 측은 “해지 시점에서 소비자가 어떠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며 “카카오는 멜론·카카오톡·삼성뮤직 앱에서 해지 신청 기능을 제공 중이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해지 신청을 하면 ‘일반해지’로 여겨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해지 방식이 일반·중도인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또 “카카오의 행위는 소비자에게 계약 해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은폐·누락·축소하는 기만적인 방법”이라며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멜론 앱 내 고객센터 해지·환불 관련 게시물.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는 이용자가 중도해지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마치 일반해지만 가능한 것처럼 안내한 사실도 공정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카카오는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멜론 앱의 고객센터에 ‘자주 묻는 질문’(TOP FAQ) 항목에 ‘이용권 해지 신청 후 멜론 서비스 이용이 계속되네요. 해지된 게 맞나요’라는 표준 질문 항목을 게시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용권 해지 신청은 결제예정일에 이용 중인 서비스가 자동 종료되어 결제일 이후에는 결제가 되지 않도록 예약하는 것입니다’는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 공정위가 카카오가 소비자에게 ‘중도해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본 이유다.

카카오는 또 멜론·카카오톡·삼성뮤직 앱에선 중도해지를 신청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지 않았다. ‘PC 웹’과 ‘고객센터 문의’를 통해서만 중도해지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운영했다. 공정위 측은 “음원서비스 이용자들은 카카오가 제공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해 거래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 해지 관련 내용을 충분히 제공하지 아니한 행위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했다.

카카오는 앞서 2021년 7월 디지털 음원서비스 부문을 분할해 멜론컴퍼니를 설립한 바 있다. 멜론컴퍼니는 2021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흡수합병됐다. 법 위반 사업자인 카카오가 ‘분할’해 설립한 멜론컴퍼니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멜론컴퍼니나 멜론컴퍼니를 합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카카오에 책임을 물은 이유다.

멜론컴퍼니가 분할되기 전 법 위반 행위는 종료됐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멜론컴퍼니는 ‘법 위반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멜론컴퍼니를 합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는 법 위반 책임을 승계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2021년 4월 멜론 앱에, 2021년 5월 삼성뮤직·카카오톡 앱에 중도해지 기능을 각각 구현하며 이런 문제 구조를 현재는 해소한 상태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온라인 음원 사업자가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라며 “전자상거래법 준수와 소비자 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해지신청과정 중 소비자에게 중도해지권이 있음을 알리지 않은 기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에 대해 “멜론은 공정위 조사 이전에도 ‘웹 FAQ’나 ‘결제 전 유의사항’ 등에서 중도해지 안내 및 고지를 충분히 하고 있었고, 공정위가 지적한 부분 역시 자진 시정을 마쳤다”며 “일반해지가 아닌 중도해지를 원했던 고객들은 웹과 고객센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중도해지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고객이 이 사안으로 인해 중도해지를 못 하고 일반해지를 하게 됐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카카오에 과징금이 부과된 점에 대해선 “카카오 법인은 관련 사업을 수행하지 않은지 수년이 지난 상황”이라며 “카카오 법인에 대한 제재 의결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처분에 대한 이의 여부 등은 제재 당사자인 카카오에서 의결서를 받아 본 후 판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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