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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긴축 장기화’ 경고에도 되살아나는 영끌족 [부채도사]

올 1월 주담대 증가액 ‘4.4조’…‘집값 바닥’ 기대에 수요 지속
“최소한 美 연준 금리 인하는 보고 대출 확대해야”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영끌족’이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시장에 전달해도 소용이 없다. 올해 1월 들어서만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증가했다. 은행 고객들은 부담스러운 대출 금리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대출을 늘리는 모습이다. 금리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시각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1월 주담대 전달 대비 4조4329억원 증가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월 말 기준 695조3143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904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1월 주담대는 전달 대비 4조4329억원 증가한 534조3251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 규모는 지난해 5월 들어와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뒤 매달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월별 주담대 증가액은 ▲2023년 5월 6935억원 ▲6월 1조7245억원 ▲7월 1조4868억원 ▲8월 2조1122억원 ▲9월 2조8591억원 ▲10월 2조2676억원 ▲11월 4조9959억원 ▲12월 3조6699억원 등을 기록했다.
 
주담대가 증기로 전환한 시기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시기와 비슷하게 겹친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기 시작했다. 동결이 지속되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더 오르기 못할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담대 규모도 매달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올해 주담대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집값 상승을 기대한 심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 프로그램 영향으로 주담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점과 집값 바닥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기준금리 빨리 내릴 기대 쉽지 않다”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 연합뉴스]
가계대출이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고금리 장기화’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3.5%에 달하는 기준금리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 참석해 “전 세계가 금리를 빠르게 올릴 때 저희(한은)는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 천천히 올렸다”며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저희가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한은은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조만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은이 1월 30일 공개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1월 11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 위원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안착시키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통을 감수하며 쏟은 노력이 수포가 된 사례를 과거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다른 위원은 “주요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은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시장금리도 현 수준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82%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이후 대출 금리는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여기에다 1월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40.2%로 나타났다. 고객들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변동금리를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시각이 많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하면 한은 입장에선 연말에도 기준금리 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대출을 받으려면 최소한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자칫 높은 대출 금리로 인해 연체가 발생할 수 있어 상환능력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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