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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가 좋은 멘토 만나려면… 스스로 찾아 나서는 적극적 태도 필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선진 창업 생태계에서 배울 핵심 가치로 ‘페이잇포워드’ 꼽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3'.[사진 연합뉴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연구직이어서 책상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많지만, 창업 생태계 업무의 특성상 현장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많다.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에 참여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생기는 새로운 이슈를 접하게 되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느낄 수 있다. 

행사 현장에서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바로 행사장의 출구 쪽인데, 그곳에서 놀라운 인연을 만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대학 기숙사에서 창업한 글로벌 SNS의 공동 창업자, 북유럽 국가의 디지털 부처 장관, 글로벌 이력서 공유 서비스의 CTO 겸 공동 창업자, 세계적인 경영 석학 등 수많은 인플루언서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뒷자리 어딘가에 홀로 와서 조용히 행사의 내용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런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약간의 용기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 명함을 건네고 말을 걸었다. 

창업 생태계에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나에게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나의 고민을 길게 들어주고, 더 긴 대답을 해주었다. 만약 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라면 이를 도와줄 적합한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회사의 공식 채널을 통해 그들과의 만남을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복잡한 사내 절차를 거치면서 그들과 연락이 닿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 생태계의 인플루언서들은 단지 업계의 후배라는 이유로 나에게 귀한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그들이 있는 지역에 방문하면 연락하라는 인사와 함께 직접 전해준 명함과 연락처는 내가 받은 또 다른 선물이었다. 

창업 생태계 멘토링의 명과 암

학교의 선배, 회사의 사수, 연구소의 선임 등 함께하는 시니어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주니어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업무 현장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생태계에서 멘토(mentor)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풍부한 업계 경험과 신뢰를 보유한 전문가가 창업 멘토로 위촉되어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에게 상담 및 조언을 해준다. 

멘토링(mentoring)은 창업 생태계에서 자리를 잡았고, 참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좋은 제도이다. 창업 생태계 선배들은 그들의 성공 경험·실수·전문 지식 등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도움을 제공하면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후배들은 효율적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빠르게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다. 선배가 후배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는 등 더 크고 의미 있는 인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멘토링이 대중화되면서 부정적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템들이 빠르게 나타나는 창업 생태계에서 전문가는 적고 이들을 요청하는 시장의 수요는 많다. 바쁘고 몸값도 높은 이들을 멘토링 자리에 자주 불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창업 생태계에 대한 애정도 없고 전문 지식도 부족한 이들이 멘토를 자처하면서 창업 꿈나무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멘토의 본질인 조언자의 역할을 넘어 답을 주는 해결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이들의 미숙한 해결책으로 초기 창업자는 잘못된 길로 빠진다. 

안타깝게도 일부 비전문가들이 멘토링 제도를 오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멘토링은 분명 창업 생태계의 시니어와 주니어들을 이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협업을 통해 공동의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이 당연한 창업 생태계에서 선배 창업가와 전문가들은 창업 꿈나무들을 기꺼이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라고 표현한다. 내가 도움받은 것을 창업 생태계나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되갚는 것을 지칭한다. 이는 분명 선진 창업 생태계에서 배울 핵심 가치이다. 

애정과 전문 지식 갖춘 멘토 만나야 

좋은 멘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답변을 감히 해보자면, 무엇보다 스타트업 행사나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창업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혁신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이의 창업 아이템과 고민을 자기 일처럼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시원한 해결책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들에게서 여러 대안이나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팁을 하나 더 공유하자면, 약간의 눈썰미를 더해서 행사장 한쪽 공간이나 출구 가까이에 조용히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약간의 용기를 내어 지긋이 행사를 감상하고 그에게 다가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훌륭한 멘토를 만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만약 그가 페이잇포워드를 실천하는 창업 관계자라면 운명의 멘토일 수도 있다. 

인재를 찾을 때만 삼고초려의 마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창업자도 스스로 좋은 멘토를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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