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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단 쇄신’ 카카오, 수익성 뚝…‘돈보단 독’ 된 무분별 확장

연결 연간 영업이익률 6.2%…별도 기준 21.6%
2월 계열사 137개…본사만 수익성 챙긴 실적
코너 몰린 카카오, 대표 교체…김범수 등판 후 쇄신 일성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주가 조작 의혹, 문어발 확장 비판, 카카오 택시 수수료 논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계열사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카카오가 2023년 연간 잠정 실적을 15일 발표했다.

카카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창업자가 다시 등판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 혁신을 외치던 회사는 최근 쇄신을 가장 중요한 대외 키워드로 내걸었을 만큼 변화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도 카카오는 연신 ‘조직 쇄신’을 강조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성적은 ‘외연 확장, 수익성 악화’로 요약된다. 카카오는 2023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8조105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5019억원으로 나타났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률은 6.2%로 감소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선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0년 10.97% ▲2021년 9.69% ▲2022년 8.17%로 지속해 감소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711억원, 영업이익은 1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09% 각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8.7%로 개선됐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 ‘독’

2023년 4분기엔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플랫폼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9%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이는 계열사의 사업 부진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카카오의 별도 기준 2023년 연간 매출은 2조6262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56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1.6%로 나타났다. 계열사 성적을 제외하면 탄탄한 내실을 갖춘 셈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2월 기준 카카오그룹 계열사 수는 137개다. 문어발 확장 지적에 따라 계열사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그 수가 다시 증가했다. 카카오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8년 65개 ▲2021년 105개 ▲2022년 138개로 빠르게 증가했다. 골목상권 진입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이다.

김 창업자가 국정감사 등에서 사과하고 일부 사업 철수를 약속한 데 따라 2023년 2월 계열사 수를 126개까지 줄이긴 했다. 그러나 2023년 5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그 수가 다시 147개로 늘었다. 현재 계열사 통합 작업을 지속하면서 수가 다시 줄고 있긴 하지만, 그 속도가 대외 눈높이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실적 자료. [제공 카카오]

‘혁신보단 쇄신’…김범수 창업자의 등판

카카오는 대내외 비판에 따른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쇄신 방안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특히 경영 일선에 물러난 김 창업자가 다시 등판했다. 카카오는 조직 쇄신을 위해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했다. 김 창업자는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카카오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그룹 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쇄신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김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임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을 열며 회사의 쇄신 방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간담회 후 사내 공지를 통해선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이후 ‘대표이사 교체’란 결단을 내렸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는 변화로 쇄신을 이루겠단 취지다. 차기 대표 내정자로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선임됐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2024년 3월 퇴임이 확정됐다.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 통제’도 시행했다. 이를 위한 조직인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 기구로, 카카오 주요 경영진이 쇄신을 위해 ‘외부 통제’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설립됐다. 김소영 전 대법관이 준법과신뢰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왼쪽)과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지난해 11월 23일 회사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주가 조작 의혹 중심에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리더십도 바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김성수·이진수 각자대표 체제에서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장윤중 글로벌전략책임자(GSO) 공동대표 체제로 리더십을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김 창업자와 정 내정자가 공동의장으로 있는 카카오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에서 그룹협의회를 열고, 내부 보고 체계를 정립했다. CA협의체는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 기구다. CA협의체는 13개 협약 계열사를 대상으로 ▲신규 투자 집행 및 유치 ▲지분 매각 ▲거버넌스 변경 등에 대한 프로세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 의사결정 전 CA협의체 각 위원회의 리스크 검토를 받는다. 또 준법과신뢰위원회에도 보고를 거치는 원칙이 수립됐다.

홍 대표는 연간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을 통해 “준법과신뢰위원회, 개편된 CA 협의체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뿐만 아니라 거버넌스·브랜드·기업 문화를 포함한 전방위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경영진이 끌어나가는 카카오의 전방위적인 쇄신 노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주재하는 제8차 비상경영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Q 사업 부문별 실적은?

카카오의 2023년 4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조1217억원으로 집계됐다. 톡비즈 매출은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증가한 581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서비스 개편 등 카카오톡의 진화를 토대로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수익성이 증가하면서 톡비즈 매출이 카카오 연결 실적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비즈보드·카카오톡 채널 등 ‘톡비즈 광고형’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메시지 광고·이모티콘·톡서랍 플러스 등의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선물하기·톡스토어 등 거래형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프리미엄 선물 라인업 확장과 개인화 마케팅 강화 등에 따른 매출 증대다.

사내독립기업(CIC) 전환한 포털비즈 매출은 88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 대비 6% 증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플랫폼 기타 매출은 연말 소비 증가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4521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조49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스토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2134억원을 기록했다. 뮤직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4988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디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066억원이다. 게임 매출은 230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 감소하고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4분기 영업비용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조981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연간 영업비용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7조6039억원이다.
카카오 실적 자료. [제공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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