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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픽’한 구글·퀄컴·MS·테슬라·현대차…‘윈-윈’ 전략 확산

[생태계 확장 나선 삼성의 빅픽처]① 스마트 기기
구글·퀄컴 협업으로 ‘AI 스마트폰’ 구현…노트북엔 MS 기술 탑재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생태계 강화…자동차·에너지 분야로 확산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네이버·퀄컴·Arm·AMD·레드햇·테슬라·현대자동차·브리티시 가스·프린스턴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모두 ‘세계 일류’로 꼽히는 곳들이다. 거리가 다소 먼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를 목적으로 미국 명문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의 연동 범위를 확대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에 적용 예정인 서비스 예시. [제공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TV·PC 등 스마트 기기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경우 애플(2억3460만대·20.1%)에 소폭 뒤진 2억2660만대(19.4%)를 출하했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란 점은 여전하다.

TV 시장 주도권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세계 TV 시장 30.1%(연간 매출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다. 삼성전자는 이 조사에서 2006년 첫 세계 TV 점유율 선두에 오른 뒤, 단 한 차례도 이 자리를 다른 기업에 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 기술은 이미 세계 제조 산업 전반에 퍼져있다.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의 경우 장기간 선두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2월 기준 약 435조2000억원)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윈-윈’(Win-Win) 전략으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면 단숨에 사업 확장을 이룰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통해 자사 사업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를 통해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 확장성 ‘강화’

삼성전자가 최근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대폭 강화한 분야는 단연 ‘스마트 기기’다. 10년 넘게 유지한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1위를 애플에 내주면서 회사 안팎으로 위기감이 번진 데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지난 1월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세계 시장에 내놨다.

삼성전자는 이 모델을 기획하며 모바일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팹리스 기업 ‘퀄컴’과 협력을 강화했다. 이와 동시에 ‘세계 AI 선두’로 꼽히는 미국 빅테크 구글과도 손을 잡았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서버 연결 없이 기기가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 시대를 연 제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손안으로 AI를 끌어드리기 위해선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며 주요 연산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성능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 AP 칩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400’를 병행 채택했다. 국내의 경우 S24 울트라엔 스냅드래곤이, S24+·S20엔 엑시노스가 장착됐다. 해외 제품은 스냅드래곤 채택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AP 칩 설계 초기부터 수년간 협의해 갤럭시 S24 시리즈가 다양한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하드웨어(HW)에선 퀄컴과 협력했다면, 구글과는 소프트웨어(SW) 영역에서 협업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가 탄생한 배경이다. 양사의 기술력을 모아 구현된 이 기능은 이름 그대로 어느 화면에서나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검색을 시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이 밖에도 ▲서버 연결 없이도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복잡한 글을 요약·정리하는 ‘노트 어시스트’(Note Assist)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해 주는 ‘브라우징 어시스트’(Browsing Assist) ▲AI 기반의 ‘생성형 배경 화면’ 기능 ▲사진 일부를 채워주거나 사물을 삭제·이동할 수 있는 ‘생성형 편집’(Generative Edit) ▲사진을 분석해 편집 도구를 추천하는 ‘편집 제안’(Edit Suggestion) 등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됐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함께 개발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사용 예시.  어느 화면에서나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검색을 시도할 수 있다. [영상 구글]

PC 분야에선 MS와의 협업이 최근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북4 시리즈’에 MS 기술을 대거 채택하며 생태계 확장을 노렸다. MS의 대화형 AI 서비스 ‘코파일럿’의 탑재를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북 시리즈의 유기적 연결을 구현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요약·내용 추천 서비스나, MS 팀스(Teams)로 스마트폰-노트북 간 화상 회의·통화 등도 가능하다. ‘갤럭시 북4 시리즈’의 국내 일주일 판매량은 전작 대비 약 1.5배 높을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노트북을 포함한 국내 PC 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1위를 줄곧 유지 중이다. 2023년 1분기엔 국내 노트북 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 52.0%(IDC 조사)로, 당시 8년 만에 50% 점유율을 다시 넘어서는 기록을 써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북4 시리즈’ 제품. [사진 삼성전자]

자동차·에너지·6G…미래 먹거리 마련

삼성전자의 생태계 확장 전략은 자동차·에너지 영역으로도 뻗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 생태계에 테슬라·현대차∙기아∙브리티시 가스 등이 최근 합류했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과 연결해 전력량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오는 2분기 중 스마트싱스에 마련된다.

현대차·기아와의 협업을 통해선 집과 자동차의 연결을 강화하는 기능을 구현할 방침이다. 집에서 차량의 시동을 걸고 전기차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차에서 집 안의 가전을 동작할 수 있는 식이다. 200년 이상 영국 가정에 가스·전기를 제공한 브리티시 가스의 ‘피크 세이브’(PeakSave·수요 반응 서비스로, 전력 소비가 높은 시간대에 사용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세대에 인센티브 지급 프로그램)와 스마트싱스도 연동된다. 양사는 이를 통해 가정 내 에너지 절감을 독려할 수 있다고 봤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프린스턴대의 ‘NextG 이니셔티브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창립 멤버로 선행 연구개발 조직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가 참여 중이다. 에릭슨·인텔·미디어텍·노키아 벨 연구소·퀄컴·보다폰 등 세계 주요 통신·반도체 기업과 6G 상용화 시점을 앞당긴다는 포부다.

삼성전자(왼쪽)과 프린스턴대 로고. [제공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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